[ 고재연 기자 ] “지금 성적으로는 좋은 대학에 갈 수 없어요. 온 힘을 다해 노력해야 하는데, 부모님은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해요. 저는 잘될 만큼 똑똑하지 않은데 말이죠.”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하는 16세 소녀 안나의 말이다. 독일 함부르크대병원 아동청소년 심리연구소 소장인 미하엘 슐테-마르크보르트는 5년 전부터 외래진료소를 찾은 아이들에게서 새로운 증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한다. 그가 《번아웃 키즈》를 집필한 이유다.
저자는 독일에서 ‘번아웃 키즈’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전후세대의 성공에 대한 집착 △과도한 경쟁과 성과주의 △전쟁의 트라우마 등이 대물림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아이들까지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것이다. 예체능 과외와 클럽활동 때문에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는 독일 아이들을 보며 비슷한 환경에 내몰린 한국 아이들의 심리적 고통과 불안을 이해하게 된다. (미하엘 슐테-마르크보르트, 정지현 옮김, 이승욱 해제, 문학동네, 340쪽, 1만5000원)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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