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영국 총리 경선 '보렉시트'

입력 2016-06-30 21:58  

브렉시트 주도한 보리스 존슨 불출마
'유력 후보' 메이 장관 "재투표는 않겠다"
'탈퇴파' 고브도 출마



[ 이정선 / 임근호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진영을 주도적으로 이끈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52·사진)이 차기 총리 도전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존슨 전 시장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된 지난 23일 국민투표 이후 유력한 차기 총리로 거론돼 왔다.

존슨 전 시장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집권보수당 차기 대표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차기 대표 및 행정부가 브렉시트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존슨의 경쟁자로 주목 받았던 보수당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59)은 이날 예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존슨 전 런던시장보다 더 나은 협상가”라며 당 대표 경선 출마를 발표했다. 메이 장관은 또 “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하는 리스본조약 50조가 연말 이전에 발동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EU 잔류를 지지했으나 재투표 가능성은 배제했다.

메이 장관은 성공회 성직자의 딸로, 이민과 치안에 강경한 의견을 보여 탈퇴파 의원들도 호감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앙겔라 메르켈(독일 총리)’ ‘제2의 마거릿 대처(전 영국 총리)’란 말을 듣는다.

존슨과 함께 브렉시트 캠페인을 이끈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49)은 애초 존슨의 출마를 지지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자신이 직접 경선에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스티븐 크랩 고용연금장관(43)과 리엄 폭스 전 국방장관(54) 등도 앞서 출마를 선언했다.

존슨 전 시장의 불출마 선언은 브렉시트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세지고 있는데다 EU에 내는 분담금액 등 그동안 제시했던 일부 주장이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부담을 느낀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메이 장관과 고브 장관의 거센 도전 이후 존슨 전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경선 후보가 3명 이상이면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 331명이 투표로 최종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한다. 이후 모든 당원이 우편으로 투표해 9월9일 새 대표를 선출한다.

야당인 노동당도 사실상 지도부 공백 상태다. 제러미 코빈 대표는 당내에서 퇴진 압박을 받고 있고, 정권 교체에 대비한 예비 내각에서 장관 역할을 맡은 의원 3분의 2가 무더기로 사퇴하는 등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텔레그래프는 온건 좌파로 분류되는 앤절라 이글 의원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글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하고 보수당도 지지율이 가장 높은 메이 장관이 승리할 경우 양당 모두 여성 대표가 이끌어 가게 된다.

이정선/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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