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서 국제부 기자) 영국인들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하면서 충분히 숙고하지 않았다는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국민투표 다음 날에야 브렉시트의 영향을 알아보려는 검색빈도가 폭증했다는 사실도 드러났지요. “우리가 무슨 일을 한 것이냐”는 자조와 탄식이 터져나올 만도 합니다. 브렉시트 영향조차 제대로 몰랐으니 세부적인 변화는 더욱 몰랐을 것입니다. 여권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유럽대륙과 관계가 단절되면 영국인들의 ‘이동의 자유’는 크게 감소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유럽에서 몰려오는 이민자를 막기 위해 장벽을 세운다면 자신들도 그 장벽에 막혀 유럽으로 가기 어려워지는 이유입니다. CNN에 따르면 영국 여권은 ‘세계 최강 파워’를 자랑하는 여권이었는데 위풍당당한 위세를 잃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영국 여권 소지자는 비자없이 157개국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독일과 스웨덴의 여권은 158개국을 갈 수 있어서 1위입니다. 영국 여권은 바로 아래(공동 2위)에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 여권도 156개국(공동 3위)을 다닐 수 있어 아주 강력한 여권으로 꼽힙니다. 북한 여권은 40개국을 갈 수 있어서 세계 86위입니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유 느?마음껏 다니지 못하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나라의 수가 123개으로 줄어듭니다. 멕시코(27위)와 같은 수준이 됩니다. EU의 헌법으로 불리는 리스본조약은 EU 회원국 시민권자는 유효한 신분증이나 여권만 지닌다면 아무 조건없이 3개월까지 다른 회원국에 거주할 수 있습니다.
일부 유럽인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영국이 EU에서 떠나기만 하면 입국 심사를 엄격하게 해줄테니 기대 많이 하라고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들 영국 정치인들은 유럽에 갈 때 이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EU가 영국의 뜻을 제대로 받아줄지는 의문입니다. EU는 회원국의 연쇄 탈퇴를 걱정해 영국에 주는 혜택을 최소한으로 하겠다는 생각이니까요.
영국 여권의 위상 저하가 점쳐지자 영국사람들은 아일랜드 여권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아일랜드는 EU에 남아 있기 때문에 아일랜드 여권을 갖고 있으면 EU 회원국에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아일랜드는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아일랜드 출신이면 영국인들에게 아일랜드 여권을 발급해주고 있습니다. 국민투표가 끝난 뒤 구글에서는 아일랜드 여권 발급과 관련한 검색이 급속도로 늘었습니다. 평균치보다 30배 이상 늘었습니다. 아일랜드 정부는 문의가 늘어나자 홈페이지에 영국들의 여권 발급과 관련한 안내문을 실었을 정도입니다.
유럽대륙에서 빠져나와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결정한 브렉시트. 영국인들이 이동의 자유를 포함해 자신들의 자유를 어떻게 지켜나갈지 관심입니다. (끝) /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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