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의 CJ헬로비전 인수 무산] '승인 조건' 7개월 고심하던 공정위, 지난주말 불허로 전격 선회

입력 2016-07-0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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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초강수 배경은

합병법인, 방송권역 23개중 21곳서 1위
공정위 "방송시장 독점 가능성 크다"



[ 황정수/이정호/김태훈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건에 대해 ‘주식 취득 및 합병 금지’라는 초강수를 뒀다. 217일간의 장고 끝에 나온 결정이다. 합병 당사자는 물론 시장도 충격에 빠졌다. 공정위는 오로지 ‘경쟁제한성’만 심사했다고 주장했다. 업계 일각에선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1) 불허 이유는?

공정위는 합병 금지의 근거로 ‘합병법인의 시장지배적 지위 강화’를 적시했다. 합병법인이 CJ헬로비전의 23개 방송권역 중 21곳에서 시장점유율 1위가 돼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란 판단이다. 공정위가 KT LG유플러스 등 합병 반대 진영이 꾸준히 제기한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대 진영?합병법인이 23개 권역에서 시장점유율 50% 이상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고 이 중 15개 권역에선 2위 사업자와의 격차가 25% 이상이어서 ‘실질적인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 4일 오전 무슨 일이?

지난 217일간 공정위의 합병 심사에 대한 공식 입장은 한결같았다. ‘심사 기한이 남았고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였다. 정재찬 공정위원장도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사무처에서 아직 조사 중이고 방송·통신시장 관련 자료를 다시 살펴보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심사보고서가 곧 나올 것 같지 않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심지어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지난 4일 오전에도 공정위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공정위는 5일 오전 10시 “시정조치 방향과 구체적인 내용 등 공정위 입장이나 심사일정은 결정된 것이 없으니 보도에 유의해달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2시간 뒤 공정위는 전격적으로 ‘합병 금지’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SK텔레콤에 보냈다.

불과 2시간 만에 손바닥 뒤집듯 바뀐 공정위 입장에 대해 업계 일각에선 지난 주말 또는 4일 오전에 ‘보이지 않는 손’이 공정위를 움직였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3) 정치적 판단 작용했나?

당초 시장은 물론 관계 부처에서는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만큼 ‘불허’는 예상 밖이었다. 이 때문에 공정위의 판단이 막판에 전격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게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문이다.

공정위는 심사과정에서 한사코 ‘외압’이 없다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 안팎에선 공정위가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심사안을 청와대에 보고했지만, 매번 ‘퇴짜’를 맞았다는 설(說)이 제기되기도 했다. 방송·통신 정책을 관장하는 조신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이 지난달 전격 교체된 것도 이런 전후 사정과 연관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바뀐 게 공정위 판단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여당이 ‘대기업 특혜’ 의혹을 의식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건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사이 야당은 ‘독점 심화’ 논리로 줄곧 반대 의견을 밝혀왔다. 공중파 방송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송협회가 ‘합병 반대’를 주장하며 정부와 청와대를 압박한 것이 ‘합병 금지’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있다.

(4) 권역별 경쟁제한 판단 맞나?

공정위가 합병법인의 시장점유율을 방송권역별로 설정한 것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학계에선 공정위가 시장점유율을 방송권역별로 산정할 게 아니라 전국 유료방송시장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권역별 점유율만 놓고 기계적으로 분석한 것은 현실적 판단이 결여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CJ헬로비전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전국 유료방송시장에서 1위인 KT(29.4%)가 2위 CJ헬로비전(14.8%)의 두 배가 넘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도 2013년 12월 발표한 ‘2013년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방안 확정’ 보도자료를 통해 ‘사업자에게 일정한 방송구역 안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권리를 부여하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공정위가 과거 권역별 사업자 지정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했으면서 이번 심사 땐 권역별 점유율을 산정해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론도 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슈퍼나 지역 케이블TV는 지리적으로 근접한 소비자에게 주는 영향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황정수/이정호/김태훈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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