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에 대작 다큐까지…달라진 LG 마케팅

입력 2016-07-06 18:54  

프리미엄 제품에 예산 집중, 네티즌 젊은 목소리 반영 '성과'

'겸손 마케팅' 비아냥 사라져
인터넷 스타들과 협업 등 '주목'…오로라 티저영상 1000만뷰 돌파



[ 남윤선 기자 ] “1000만뷰 넘었다.”

6일 LG전자 올레드TV 마케팅팀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하반기 야심차게 준비한 ‘오로라 마케팅’의 티저(예고) 영상 조회수가 공개 보름 만에 1000만뷰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LG전자 마케팅팀은 아이슬란드에서 약 3만5000㎞를 여행하며 아름다운 오로라를 담아냈다. 오는 20일 아이슬란드에서 올레드TV를 통해 이 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예고 영상이 보름 만에 1000만뷰를 기록한 것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 마케팅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제품의 장점까지 숨겨버리는 겸손 마케팅’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처지였지만, 올해는 참신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마케팅 예산을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고, 소비자와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최고경영진이 경청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는 LG전자 마케팅의 ‘흑역사’로 기록될 만한 해였다. 지난해 LG는 올레드TV 광고에 “백라이트 없이 자발광을 해서 TV를 얇게 만들 수 있다”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대한 기술적 설명을 넣었다. 마케터와 소비자들은 “광고를 찍으랬더니 공학 교과서를 만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광고에 타사 제품의 이름을 넣거나, 경쟁사를 직접적으로 폄훼하는 내용도 있었다. ‘LG 마케팅 잔혹사’라는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행처럼 퍼졌다.

올 들어 LG 마케팅이 확 바뀌었다. 상반기에 세계에서 단가가 가장 비싼 슈퍼볼(미국 미식축구 결승전)에 광고를 내보낸 올레드TV 마케팅팀은 하반기에는 오로라를 콘셉트로 한 대작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특히 애플 아이폰의 ‘밴드게이트(아이폰이 휘어지는 현상)’를 폭로한 유명 정보기술(IT) 블로거 ‘언박스테라피’와 협업한 것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기술적으로 비판받을 만한 부분이 있으면 비판받겠다”는 각오였다. LG전자는 오로라 마케팅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TV뿐 아니다. 무선청소기는 세계 암벽 등반 챔피언 시에라 블레어 코일과 손을 잡았다. 무선청소기 흡입력만으로 33층 고층 빌딩을 오르는 데 성공했다. 세탁기는 카드 쌓기 세계 기록 보유자인 브라이언 버그와 협업해 작동 중인 세탁기 위에 3.3m 카드 탑을 쌓았다. “최고의 전문가에게 성능을 인정받기 위한 시도”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변화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예산 사용 원칙의 변화다. LG전자 마케팅 고위 관계자는 “과거 여러 제품에 분산한 마케팅 예산?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제품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면 중저가 제품도 자연히 잘 팔린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슈퍼볼 광고나 ‘오로라 마케팅’ 같은 대작을 만드는 게 가능해졌다.

네티즌의 질책도 힘이 됐다는 평가다. 회사 측이 네티즌의 비판을 받아들인 뒤부터 젊은 마케터의 실험적 시도를 더욱 존중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언박스테라피 등 인터넷 스타들과의 협업은 모두 실무자가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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