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인공호흡기 개발
이란·터키 등 신흥국 점유율 10% 넘어
올해 매출, 작년보다 50% 이상 늘릴 것
[ 조미현 기자 ]
2002년 인공호흡기 국산화에 도전한 김종철 멕아이씨에스 대표는 세 번이나 제품 상용화에 실패했다. 인공호흡기는 전자통신 기술뿐 아니라 생명공학 기술이 복합적으로 필요한 의료기기다. 의식이 없는 환자의 미세한 들숨과 날숨에 기계가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한양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부족한 생명공학 지식을 얻기 위해 해외 학회 등에서 만난 전문가들에게 귀동냥을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2년 멕아이씨에스는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인공호흡기를 선보였다.
○인공호흡기 원가 경쟁력 뛰어나
6일 경기 파주 멕아이씨에스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이란 터키 등 신흥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0%를 차지할 정도로 해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며 “독일 드레가 등 세계적 인공호흡기 전문기업들이 100년 넘게 시장을 다져온 것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멕아이씨에스는 인공호흡기의 기존 기계부품을 줄이고 전자동으로 설계하는 방식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원가를 경쟁사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공기가 오고가는 호스 등 기구는 물론 환자 호흡을 감지하는 센서 및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집중했다. 김 대표는 “전자기술을 접목한 덕분에 제품을 베끼기가 어렵다”며 “중국 옌타이시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자신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드레가 등은 기술 유출을 우려해 인건비가 높은데도 독일, 스위스 등 본사가 있는 현지에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신흥시장부터 집중 공략
멕아이씨에스는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 시장 대신 아시아, 남미 등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신흥시장에선 조달시장 비중이 높아 브랜드 파워보다 가격경쟁력이 중요하다. 김 대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높게 평가하는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LG디스플레이 연구원을 거쳐 초음파 의료기기 전문회사 메디슨(현 삼성메디슨)에서 생산기술부장을 지냈다. 메디슨 자회사 바이오시스 최고기술책임자(CTO)에 오른 김 대표는 1998년 창업을 결심했다. 초기엔 입원실에서 호흡 맥박 등을 측정하는 환자 생체정보 감지장치 개발에 나섰다. 그는 ‘남들이 안 가는 분야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인공호흡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호흡 홈케어사업 나설 것”
멕아이씨에스는 지난해 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70%가 인공호흡기 매출이다. 하지만 4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김 대표는 “국가마다 인허가를 받는 데 1년 이상 걸리는 의료기기 특성 때문에 2017년 이후 본격적인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멕아이씨에스의 매출이 전년보다 57% 늘어난 147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준중증 환자의 가정 요양을 위한 인공호흡기와 코골이, 수면 무호흡 관리기기 등 홈케어 의료기기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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