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인용된 기업의 순자산은 정치권에서 툭하면 문제삼는 사내유보금과 비슷한 개념이다. 주목할 것은 이런 기업의 순자산 비중이 가계보다 낮다는 점이다. 가계가 58.1%인 데 비해 기업은 14.6%(비금융기업은 11.9%)다. 이는 기업이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특성상 가계보다 부채가 많기 때문이다. 총자산에서 현금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에서 가계가 17.9%로, 비금융기업(9.5%)보다 훨씬 높은 것도 이상할 게 없다. 기업은 건설·설비·재고·지식재산권 등의 자산이 현금성 자산보다 훨씬 많다.
그런데도 아직 기업의 순자산, 곧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오해와 억측이 끊이지 않는다.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이 급증했는데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모두 기업 유보금을 마치 기업이 금고에 쌓아두고 있는 현금인 양 오인하기 때문이다. 이런 ‘금고에 쌓아둔 현금’이란 것은 현금성 자산을 뜻하는 것이며, 기업 유보금은 이미 85% 정도가 공장 기계 설비 토지 재고 등에 투자된 것이어서 기존 공장을 허물고 다시 공장을 지으라는 식이 된다는 지적이 진작부터 나와도 좀처럼 바뀌는 게 없다. 20대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전경련이 이번에 기초회계 해설 같은 자료까지 냈겠는가.
회계상의 용어인 기업 유보금을 아직도 모른다면 문제지만 알고서도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면 더 큰 문제다. 기획재정부가 기업소득환류세제란 것을 만들어 시행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기업 유보금이란 말을 아예 없애거나 다른 말로 바꾸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논란이 끝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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