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에 원형 탈모면 어때?…'공심이'는 그래도 웃잖아~

입력 2016-07-08 19:03  

SBS '미녀 공심이' 시청률 10% 웃돌아…걸스데이 민아 연기 '호평'


외모 지상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중·고생의 80%가 등교 때 화장을 하고, 겨울방학이면 성형외과가 문전성시를 이룬 지 오래다. 20대의 취업 성형은 물론 노년층의 동안 성형까지 주위를 둘러보면 성형하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지경이다.

이런 세상에 SBS 주말드라마 ‘미녀 공심이’(극본 이희명, 연출 백수찬)의 주인공 공심(민아 분·사진)은 부모의 열등 인자만 받고 태어나 ‘꾸역꾸역’ 살아가는 청년 백수다. 취업 스트레스로 정수리에 500원짜리 동전보다 큰 원형탈모증을 안고 시대에 뒤떨어진 클레오파트라형 가발을 쓰고 다닌다. 부모의 우성 인자만 몰아 태어난 언니 공미(서효림 분)가 미모의 유명 로펌 변호사로서 누리는 삶과 정반대다.

현실이라면 엄마 손 잡고 온갖 성형을 했음 직하지만 의외로 이 주인공은 고집스럽다. 눈총을 받으면서도 친구들 결혼식에 반드시 참석하며 집들이 선물로 원예 전공을 살려 정성스레 화분도 만들어 둔다. 다만 한 번도 집들이에 초대받지 못해 그 화분이 옥탑에 정원을 이루는 현실이 ‘웃플’뿐이다.

낮에는 シ?변론을 도맡는 인권변호사지만 밤에는 편의점 식사라도 하기 위해 대리 운전사로 사는 안단태(남궁민 분)는 보기 드물게 이타적 삶을 사는 청춘. 동체 시력까지 뛰어나 눈앞으로 날아오는 주먹도 끝까지 보고 피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강력계 형사로도 변신한다. 재벌 2세 댄디남 석준수(온주완 분)와 함께 공심의 순수함과 용기를 사랑하는 라이벌 관계이자 브로맨스(두 남성의 매우 친한 관계)를 형성하지만 알고 보니 재벌 2세다.

공심이를 제외하면 모두 판타지에 가까운 인물 설정이나 그들도 나름의 고통을 안고 산다. 재벌 사모님에게 폭행당하는 주유소 아르바이트생 공심과 생존하기 위해 동생의 상처도 눈감아야 했던 공미의 애한은 맛보기다. 안단태는 어린 시절 유괴를 당해 기억을 잃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고, 석준수는 혼외자의 아들이라 조모에게 인정받지 못한다.

못생긴 덕에 재벌가 비서실에 채용된 공심은 직업을 가졌다는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억울하게 해고되고, 로펌 변호사 공미는 더 완벽해지려 욕심을 부리다 선배의 비리를 뒤집어 써 해고된다. 갑질 위의 갑질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는 청춘들의 현주소다.

캔디 서사를 벗어나지 못한 데다 출생의 비밀까지 얽힌 막장 재벌 드라마라 폄하할 수도 있지만 여주인공을 처음 맡은 걸스데이 민아의 극 중 몰입은 놀라운 수준이다. 비누를 먹거나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숨바꼭질하는 장면은 올해 엽기 코믹대상으로 꼽을 만하다. 눈빛 연기로 여심을 흔드는 안단태와 석준수의 애정 공세에도 “내가 나 자신을 좋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공심에게서 암울한 현실을 딛고 일어서게 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같은 시간대?방영되는 사극 대작 ‘옥중화’를 시청률로 제압한 원동력은 아마도 이 현실적인 공심의 똑 부러지는 대응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세상이 외모 지상주의로 변하고 취업난에 허덕이는 불황의 연속이라 하더라도 진정한 나를 찾고 좋아하게 된 순간, 경쟁력은 살아날 수 있다는 것. ‘미녀 공심이’는 그 단순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한다.

이주영 방송칼럼니스트 darkblue8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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