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퀄컴에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금지’ 위반 혐의를 적시한 심사보고서를 보낸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지적된 퀄컴의 혐의는 △인텔 등 다른 통신칩 제조사에 표준특허 사용권을 주지 않은 점 △표준특허에 다른 특허를 끼워 판 점 △표준특허를 부여한 다른 회사의 특허를 무상으로 사용한 점 등 세 가지다. 한마디로 퀄컴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표준특허의 준칙(FRAND)을 무시했고 끼워팔기 등의 위반 행위까지 자행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만 해도 연간 12억7300만달러(약 1조4700억원)의 로열티 지급을 강요받았다는 게 공정위의 추정이다.
하지만 퀄컴은 전혀 승복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내 대형로펌들을 대리인으로 선임한 데 이어, 미국 정부나 로비스트 등을 통해 한국 정부에 은밀히 압력을 가한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퀄컴은 한국과 중국 경쟁당국으로부터 한 차례씩 과징금을 받은 바 있지만 두 나라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차이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중국과는 협력을 약속한 반면 한국에서는 낌새조차 안 보인다.
외국업체가 한국을 봉으로 아는 건 퀄컴만이 아니다. 폭스바겐도 다를 것이 없다. 발 빠르게 움직인 미국과 달리 한국 정부는 뒷대응으로 일관했다. 폭스바겐 허위광고를 조사한다는 공정위는 아직 결론조차 못 내고 있다. 국내 업체에는 저승사자처럼 구는 정부 부처들이 외국업체 앞에만 서면 이렇게 작아지는 현실에서 한국이 무시당하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공정위가 퀄컴에 대해 어떤 조치를 내릴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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