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의 눈물'…조선 크레인 헐값에 해외로 넘어간다

입력 2016-07-10 17:42  

대형 크레인 1달러에 넘긴 '말뫼의 눈물'
14년 만에 한국의 현실이 될 줄이야…

성동산업 조선소 공중분해
2008년 금융위기로 극심한 자금난 빠져
270억 들여 만든 크레인 30억에 팔겠다 해도
국내선 사려는 곳 없어 루마니아 업체와 매각협상
부지는 20개사에 쪼개 매각



[ 정지은 기자 ]
경남 창원시 남쪽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마산회원구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40여년간 명맥을 이어오던 선박 건조기지가 사라진다. 이곳을 대표하는 700t 규모의 대형 크레인도 외국에 팔린다. ‘말뫼의 눈물’이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말뫼의 눈물은 현대중공업이 2002년 스웨덴 코쿰스 조선소에서 단돈 1달러에 사들인 대형 크레인의 별명이다. 스웨덴 말뫼에 본사를 뒀던 코쿰스는 한때 세계 조선시장을 선도했지만 한국 업체들의 약진에 밀려 문을 닫았다. 스웨덴 국영방송은 크레인을 현대중공업 울산사업장으로 옮기는 모습을 장송곡과 함께 보도하면서 “말뫼가 울었다”고 표현했다.

○불황 못 견디고 무너진 꿈

마산조선소 부지에 우뚝 솟은 700t짜리 대형 크레인(사진)은 이곳의 조선산업을 나타뺨?상징물이다. 높이가 105m에 달한다. 성동산업은 조선전문그룹을 세우겠다며 2008년 8월 270억원을 들여 이 크레인을 제작했다. 조선업계에선 중소기업의 ‘야심찬’ 도전으로 불렸다.

이 크레인은 성동조선해양 창업주인 정홍준 전 회장이 세웠다. 정 전 회장은 1994년 용접기 생산업체 성동산업을 설립한 데 이어 2001년 성동공업, 2003년 성동조선해양을 세웠다. 그는 조선경기가 활황을 보이자 2007년 한진중공업에서 마산조선소를 사들여 선박 블록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제조한 선박 블록은 계열사인 성동조선해양에 공급했다. 최중경 창원상공회의소 회장은 “성동조선해양의 물량이 넘쳐 마산조선소에서 상당량의 선박을 건조했을 정도로 좋은 시절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선 경기가 나빠지면서 꿈은 고꾸라졌다. 성동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난에 빠졌다. 채권자이던 우리은행은 2013년 마산조선소를 경매에 넘겼다. 최초 감정평가액은 공장 매물 중 역대 최고인 2200억원이었지만 응찰자가 없어 네 차례 유찰됐다. 결국 작년 7월 자산을 현금화하는 특수회사인 에프더블유1412유동화전문유한회사에 최초 감정가의 반 토막 수준인 1150억원에 팔렸다.

대형 크레인 역시 매물로 시장에 나왔지만 국내 조선회사 중 매수 의향을 보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크레인은 법원 경매 감정가만 190억원에 달했다. 해체 후 운송, 재설치를 하는 데 40억원을 추가로 들여야 했다. 감정가를 내려 30억원에 팔겠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거액을 들여 크레인을 사기엔 부담이 커서다. 루마니아의 한 조선업체가 관심을 보여 막바지 매각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도 공중분해

이 크레인이 팔리면 40여년간 선박 건조기지로 자리매김했던 상징이 사라지게 된다. 나머지 300t짜리 크레인 2기도 매각을 기다리고 있다.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부지는 이미 ‘공중분해’됐다. 크레인 매각을 포함해 공장 터가 정리되면 기계, 항공기, 원자력 부품 등 조선산업과는 상관없는 중소업체 20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12만726㎡에 달하는 대형 토지를 한꺼번에 사들이겠다는 업체가 없어 쪼개 팔았다.

이곳은 1970년대부터 대대로 조선소들이 선박 또는 선박 구조물을 만들었다. 1972년 특수선 건조업체인 코리아타코마가 방산 관련 선박을 건조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주로 군함, 잠수정, 여객선, 화물선 등을 만들었다. 1999년 코리아타코마가 한진중공업에 흡수합병되면서 2000년대 들어서는 한진이 이곳에서 선박을 건조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심정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조선업을 맡아온 상징적인 곳이 사라진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어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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