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사모펀드·벤처업계 ‘울트라갑’ 산업은행의 변신

입력 2016-07-11 09:00  

산업은행 수요자(운용사) 중심의 위탁 운용 평가 시스템 구축
PEF·벤처 투자 경쟁력 국민연금 넘어서…앵커 투자자 시장의 국민연금 독점 균열



이 기사는 07월08일(03:1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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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이 달라졌다”

산업은행의 2016년 사모펀드(PEF)·벤처캐피탈(VC) 위탁 심사 진행과정을 지켜 보는 자본시장(IB)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조선과 해운업 구조조정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최근 산업은행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산업은행은 연 평균 1조4000억원을 PEF와 VC에 투자하는 국내 최대 펀드 투자자(LP)다. 대체투자 규모로 한정하면 국내 자본시장의 ‘울트라갑’이라 불리는 국민연금에 뒤지지 않는다. 이런 산업은행이 호평을 받는 것은 옛 정책금융공사 시절 운용사들에게 ‘갑질’하던 관행을 과감하게 버리고 있어서다. 수요자인 운용사 중심의 평가 시스템을 만들려는 노력들도 눈에 띈다.

올해 가장 부각된 제뎬?신진 운용사들을 양성하기 위한 ‘리그제’ 도입이다. PEF의 경우 운용사간 출자 심사를 대형(산업은행 출자금액 1500억원), 중형(1200억원), 소형(600억원), 루키(400억원) 등으로 구분해 체급별로 경쟁시켰다. 루키 리그는 ‘창업 3년 이내’라는 조건을 달아 실력 있는 펀드 매니저들의 창업을 유도했다.

현재 1차 서류 심사 단계인데도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말 제안서 마감 결과 PEF와 VC 부문의 루키리그 경쟁률은 각각 8대1, 5.5대 1에 달했다. 루키 리그를 뺀 평균 경쟁률 3대1, 2.88대 1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제도권에서 보기 어려웠던 중·소형 운용사들이 산업은행 심사에 대거 지원했다.

성시호 산업은행 간접투자금융실장은 “과거 투자 실적 위주의 평가 시스템이 다양한 전략과 특징을 갖춘 운용사들의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평가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운용업계는 LP업계 후발주자인 산업은행의 경쟁력이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 국민연금을 이미 넘어섰다고 냉정하게 평가한다. 루키 리그에 지원한 운용사의 산업은행 출자비율을 80%까지 높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생 운용사가 추가 투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부담을 과감하게 덜어줬다. 국민연금은 운용사 규모와 관계없이 외부 자금 50% 이상 유치라는 기준을 고집한다. PEF와 VC의 운용 및 성과 보수 체계도 산업은행이 국민연금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은행은 투자 대상을 신성장 산업 등으로 제한하는 것이 자유로운 투자 활동을 제약한다는 비판도 과감하게 수용했다. 운용사들이 산업은행에 가졌던 가장 큰 불만이었다. 올해부터 투자 대상 및 분야는 운용사가 자율로 정하도록 바꿨다. 산업은행이 심사에 지원한 운용사 명단을 투명하게 모두 공개한 것도 운용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위탁 운용사 심사에 지원한 사실도 외부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운용사에 강요한다.

국내 대형 PEF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독주하다시피 했던 국내 앵커 LP(주력 펀드 투자자) 시장에 산업은행이 등장하면서 LP들이 상호 경쟁하는 체제로 바뀌고 있다”며 “운용사 친화적인 평가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면 유력 운용사를 뺏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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