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업 저효율 설비 고효율 시스템으로 교체
미세먼지·온실가스 감축…에너지 신산업 육성 박차
[ 오형주/정소람 기자 ] 한국전력공사(사장 조환익·사진) 등 전력공기업들이 공동으로 ‘에너지절약 전문기업(ESCO· energy service company)’을 설립하고, 주택과 공장 등의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위한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ESCO는 개인·기업의 저효율 에너지 설비를 고효율로 바꿔주는 대신 이를 통해 얻은 절감액(에너지 절약분)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사업모델이다.
11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발전자회사는 지난달 말 각각 이사회를 열고 ESCO 사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켑코에너지솔루션’ 설립안을 의결했다. 켑코에너지솔루션 자본금은 3000억원으로 한전이 1500억원, 6개 발전자회사가 250억원씩 출자했다. 자본금 규모로 볼 때 한전 계열사 중 한수원(1조2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ESCO는 1970년대 말 미국에서 에너지 절약과 연계된 금융 사업으로 처음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1992년 에너지합리화법 개정과 함께 삼성물산 등 4개 업체가 처음 사업에 뛰어들었다. 작년 말 기준 323개 업체가 참여 중이다.
국내 ESCO 사업은 지난 수년간 부진했다. 저유가로 기업 등의 에너지 효율화 투자가 줄어들면서 시장 규모가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정책자금 융자액도 2013년 3097억원을 정점으로 2014년 2540억원, 지난해 1631억원으로 감소했다. 민간자금 투입액 또한 연간 200억원 수준에서 정체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ESCO 시장이 침체를 겪자 한전의 ESCO 자회사 설립을 추진해 왔다. 고효율 에너지 설비 보급을 통해 국가 전체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주는 ESCO 사업의 활성화 없이는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7%)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올 들어 불거진 미세먼지 문제로 석탄화력 발전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도 ESCO 등 에너지 수요 관리 정책의 필요성을 높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저유가만 믿고 에너지 수요관리를 등한시하다간 언제든 대정전 등 전력난이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ESCO 활성화는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에너지신산업 육성과도 관련이 깊다. 산업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제로에너지빌딩, 친환경에너지타운 등 에너지신산업과 ESCO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켑코에너지솔루션은 아파트, 산업단지 등 민간은 물론 학교 등 공공부문의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위한 설비 보급과 컨설팅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사업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민간 사업자와 공동으로 LED(발광다이오드), 원격검침시스템(AMI), 태양광 등 시설투자에도 나설 계획이다.
에너지 효율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기업, 아파트, 중소형 상가 등을 대상으로 노후 조명과 변압기 교체, 에너지 모니터링 서비스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에너지 절약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 등도 검토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미국에선 이미 많은 전력회사들이 ESCO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에너지 절약이 중요시되는 미래에는 에너지 수요 관리와 효율화 사업이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정소람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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