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길 1위 쟁탈전 치열
국제선 1위 빼앗겼던 제주항공, 2분기엔 다시 추월하며 '수성'
진에어는 김포~제주노선 앞서…매월 100%씩 '성장날개' 펼쳐
안용찬 vs 조원태
공격 마케팅으로 승부수 띄워…후계구도 관련 '자존심 대결'
[ 안대규 기자 ] 제주항공이 진에어에 빼앗긴 저비용항공사(LCC) 국제선 1위 자리를 지난 2분기(4~6월) 되찾았다. 전체 탑승객 수 면에서도 올 상반기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진에어는 제주항공이 주도해 오던 김포~제주 노선에서 LCC 업계 1위를 기록하는 등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연말까지 엎치락뒤치락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에선 대기업 오너의 사위(안용찬 애경그룹 부회장 겸 제주항공 대표)와 또 다른 대기업 오너의 아들(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겸 진에어 대표) 간 자존심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주항공 VS 진에어 ‘영원한 맞수’
진에어는 지난 1분기 국제선에서 제주항공을 꺾고 LCC 1위에 오르는 ‘깜짝 성과’를 냈다. 진에어의 1분기 국제선 탑 째느?92만5352명으로 제주항공(92만51명)보다 5000명 정도 많았다. 비록 근소한 차이지만 ‘LCC 1위=제주항공’이란 공식을 깬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2분기 다시 역전됐다. 제주항공은 지난 2분기 국내선 탑승객 113만7980명, 국제선 89만4500명을 기록해 진에어(국내선 110만8351명, 국제선 73만6589명)를 추월했다. 제주항공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진에어는 지난 4월 국제선 공급 좌석 수를 전년 동월 대비 103%나 늘렸고, 5월에도 97.6% 확대했다. 제주항공은 4월과 5월 공급 좌석 수 증가율이 각각 18.5%와 22%에 불과했다.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 ‘김포~제주’ 노선 LCC 1위 자리를 진에어에 뺏겼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1~6월 진에어를 통해 김포~제주 노선에서 출발·도착한 탑승객 수는 총 135만명으로 제주항공(126만명)을 앞섰다.
업계에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진에어가 곧 제주항공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특가 항공권 경쟁은 진에어가 시동을 걸었고 제주항공이 맞불을 놓은 모양새다.
○안용찬 vs 조원태의 ‘생존경쟁’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1등 경쟁 이면에는 그룹의 후계 구도에서 실력을 보여줘야 살아남는 ‘오너 사위’와 ‘오너 장남’의 절박함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경그룹의 생활·항공부문을 맡고 있는 안용찬 부회장(57)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장녀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의 남편이다. 2005년 제주항공 설립을 주도한 안 부회장은 초기 5년간 연속 적자를 내면서도 애경그룹을 설득해 여러 차례 유상증자를 이끌어냈고, 痔?LCC 업계 1위 수익성을 내는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과거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기업들은 실적에 쫓겨 2~3년 만에 리더를 바꾸기도 하지만 나는 채형석 부회장 덕에 오랜 기간 같은 업무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 부회장은 “제주항공을 연평균 20%씩 성장시켜 2020년까지 연 매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아시아 대표 LCC로 키우겠다”고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진에어 대표(40)는 어깨가 무겁다. 한진그룹의 7개 계열사 대표를 맡아 3세 경영자로서 입지를 다진 상태지만, 한진해운 때문에 그룹이 어려워지면서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LCC 시장에서 진에어를 통해 성과를 보여야만 조 회장으로부터 순조롭게 경영권을 이어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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