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금융부 기자) 김병헌 전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 사장은 유독 ‘여성 팬’이 많은 최고경영자(CEO)로 유명합니다. 이상한 얘기가 아닙니다. 김 전 사장은 손해보험업계에서 발로 뛰는 CEO로 유명했거든요.
전국 곳곳에 있는 영업점을 방문하면서 보험설계사들을 만나고, 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얘기를 들어 경영 전략에 반영하고는 했습니다. 워낙 스스럼없이 대하다 보니 이메일이나 문자로 김 전 사장에게 이런 저런 고충을 토로하거나 의견을 나타내는 보험설계사들이 많았답니다.
지난해 말 CEO에서 물러난 뒤 KB손해보험 경영자문역을 맡고 있는 김 전 사장은 최근 새로운 행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코칭 전문가로서 모습을 선보인 것이죠. 아직은 생소한 용어지만 비즈니스 코칭이란 기업 경영진들이 조직원의 역량을 이끌어내고, 경영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알려주는 일입니다. 주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경영 자문을 받기 어려운 중소·중견 기업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김 전 사장은 제조업체와 금융회사의 영업·전략 등 경영 전반을 두루 경험한 CEO였습니다. 한국장기신용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LG그룹 회장실에서 금융과 서비스 관련 회사 관리를 맡기도 했습니다. LIG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핵심 계열사인 LIG손해보험 매각을 결정한 뒤에는 LIG손해보험 CEO로서 롯데그룹과 KB금융그룹 등을 상대로 각종 협상을 진행했고요.
CEO로서도 흔히 겪기 어려운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경험이 있었기에 업계 후배 및 중소·중견 기업 경영진들에게 체계적으로 비즈니스 코칭을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겁니다. 단순히 경험의 전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 올 들어서는 비즈니스 코칭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배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지인을 통해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업계 후배나, 전현직 금융업권 관계자, 체계적인 경영 자문을 받기 어려운 중소·중견 기업 CEO를 대상으로 코칭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고 합니다. 개별 프로젝트 상담부터 직장 문화, 조직원의 사기 진작 등 코칭 분야도 다양하다고 하네요.
실제 김 전 사장은 지난해 말 KB손해보험을 떠나면서 주변에 “이제는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이 불합리한 규제를 감시하고 금융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할 옴부즈맨을 확대 개편하는 과정에서 김 전 사장이 보험업권 옴부즈맨으로 선임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좋을 듯 합니다.
김 전 사장은 중소·중견 기업 CEO들에게 항상 “직원들이 주도적이고 자발적으로 업무에 임할 때 최선의 결과물이 나온다”고 강조한다고 합니다. 쉬운 얘기인 듯 하지만 실천은 그리 쉬운 게 아니죠. 촉박한 일정에서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강한 압박과 주문, 球堧岵?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렇게 되면 직원들에게 업무는 ‘즐기는 일’ 보다는 ‘과중한 스트레스’가 될 수밖에 없고요. 김 전 사장은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능동적인 에너지를 이끌어내면 오히려 성과가 향상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경험에서 배운 것이라고 하네요. 경영진의 칭찬과 긍정적인 말투, 동일한 눈높이 등으로 인해 직원들이 즐거우면 조직이 꾸준히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죠.
비슷한 맥락에서 김 전 사장이 선보였던 파격적인 퍼포먼스는 아직도 손해보험업계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2014년 LIG그룹이 어려웠을 때였죠. LIG손해보험 역시 분위기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보험설계사들과 조직원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김 전 사장은 트로트 가수로 변신하기로 했습니다. 그 해 보험 연도대상 때 김 전 사장은 반짝이 의상과 선글라스, 8 대 2로 곱게 빗은 촌스러운 헤어 스타일로 무대에 섰습니다. 김 전 사장을 본 보험설계사들은 ‘저 가수는 누구지’라고 수군댔고요.
이렇게 깜짝 등장한 김 전 사장은 나훈아의 사랑을 열창해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평소 무대 공포증이 있던 김 전 사장은 이날 이벤트를 위해 한 달여 동안 아침마다 노래 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김 전 사장의 앞으로 행보를 기대해봅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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