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와 관련 없는 '착시효과'
[ 임근호 기자 ] 아일랜드 경제가 지난해 26.3% 성장했다고 아일랜드 통계청이 12일(현지시간) 발표했지만 경제학자들에게 조롱만 들었다.
아일랜드 통계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2439억유로(약 309조원)로 전년 대비 26.3% 늘었다고 했다. 지난 3월 추정치 7.8%에서 대폭 상향 수정됐다. 20% 넘는 경제성장률은 아일랜드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아일랜드가 호황을 누려 ‘켈트의 호랑이’라 불린 1995~2000년에도 성장률은 10% 안팎에 그쳤다. 통계청은 기업의 유·무형 자산 취득을 뜻하는 총자본형성과 수출이 성장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총자본형성은 지난해 30.7%, 수출은 44.3% 늘었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말이 안 된다”며 “레프러콘(아일랜드 요정) 경제학”이라고 썼다. 요술을 부린 듯 왜곡된 통계라는 뜻이다. 톰 힐리 네빈경제연구소장은 “1930년대 소련에서도 나오기 힘든 수치”라고 지적했다.
해외 기업이 아일랜드로 국적을 바꾸면서 통계 왜곡이 일어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아일랜드는 세계 최저 수준인 12.5%의 법인세로 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문제는 생산시설을 아일랜드로 옮기지 않아도 해당 기업의 보유 자산과 수출 활동이 ‘아일랜드 것’으로 잡히는 데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가 일어나지 않아도 아일랜드에서 투자가 늘어난 것처럼, 수출이 아일랜드를 거치지 않아도 아일랜드가 수출한 것처럼 집계된다”고 전했다. 경제분석가 짐 파워는 불룸버그통신에 “실제 아일랜드의 작년 성장률은 5.5%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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