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홍기택 파문, 뒷수습도 부실할라

입력 2016-07-1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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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 박수진 기자 ] 요즘 미국 워싱턴DC 외교가에서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의 잠행(潛行)이 화제다. 한국 정부가 4조원 넘게 투자한 국제기구의 부총재가 갑자기 휴직계를 낸 경위부터, 지금 어디서 뭘하고 있는지, 앞으로 후임은 어떻게 결정될지 등에 우려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2일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로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오피니언 리더 세미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행사에 참석한 한국과 미국의 정치·외교·경제 분야 전문가 30여명은 휴식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홍 부총재 얘기를 나눴다. “나라 망신이다” “어떻게 그런 사람을 앉혔느냐”고 탄식하면서도 “앞으로의 뒤처리가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홍 부총재를 교체하기로 한 결정, 그리고 해당 직책을 국장급으로 강등하기로 한 결정 등이 어떤 규정과 절차에 따라 이뤄졌는지 등을 파악하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기구는 지분율이 의사결정 권한을 결정하는 구조다. 한국은 AIIB에?3.5% 지분을 갖고 있는 5대 주주다. AIIB가 한국에 한 마디 의논과 통보도 없이 주요 보직자를 교체하고, 직책을 강등하는 결정을 내렸다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 금융계 고위 인사는 “더 걱정스러운 것은 과거로의 회귀”라고 말했다. 역대 정권은 집권 초 교수나 전문가 집단을 대거 중용했다가 각종 사건·사고가 나면 ‘안전한’ 관료 쪽으로 인사 초점을 맞추는 관행을 반복해왔다.

그는 “지금 한국은 과거의 성공 스토리를 잊고 새로운 성공방식을 찾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라며 “체질적으로 관성에 의존하는 관료들보다 민간의 창의성을 더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민간 전문가를 활용하는 인사 시스템이 투명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고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계속 확보할 수 있다. 정권과 나라가 성공하느냐 마느냐는 합리적인 인사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키는 데 달려 있다. 홍기택 부총재 파문의 뒷수습까지 부실해서는 곤란하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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