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선제적 금리인하 효과 아직 미지수
정부, 10조 추경 준비…시기·내용 살펴봐야
[ 김유미 / 심성미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깜짝 금리인하를 단행한 지 딱 한 달째. 하지만 기업 구조조정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김영란법 시행 등 걱정거리는 더 늘어났다. 한은은 14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7%로 낮췄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0.1%포인트’라는 숫자에 한은의 고민이 담겨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계부채 급증, 자본유출 우려 등으로 한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저물가에도 단기 대응할 때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장 과열에 ‘속도조절’
이날 한은 금통위의 금리 동결(연 1.25%)은 시장 예상을 벗어나진 않았다. 정부가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추경 편성을 준비하는 등 지켜볼 변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시장의 관심은 그 이후였다. 브렉시트 등 악재가 많은 만큼 이르면 다음달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 같은 기대감에 채권금리는 최근까지도 큰 폭으로 내렸다.
그렇다고 기대가 딱 들어맞진 않았다.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한두 명 있음 직도 한데 이날 금리동결은 만장일치였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에서 “소비 등 내수가 개선 움직임을 나타냈고 고용률도 상승했다”며 긍정적인 경기 신호에 주목했다.
금리 인하의 명분이 되는 ‘저물가’에 대해서도 “단기 대응할 일이 아니다”고 했다. 시장의 기대가 인하 쪽으로만 쏠리지 않게끔 금통위가 ‘메시지 관리’를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5월 소매판매는 0.6%로 전월의 마이너스를 벗어났다. 5월6일 임시공휴일 지정,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조치 등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진단이다.
정부 없이는 불안한 성장
한은 또한 민간경제의 활력을 높이 보진 않았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와 정부의 재정보강 정책이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정·통화 정책 뒷받침이 없다면 성장률은 2%대 중반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 일각에선 이마저도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마당이다.
한은은 기업 구조조정과 브렉시트 여파로 설비투자가 올해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투자도 주택공급 초과,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축소로 예전 같지 않을 것으로 봤다. 상반기 민간소비를 이끌었던 승용차 판매도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소비세 인하조치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시행이라는 ‘악재’도 있다. 이 총재는 “(김영란법 시행이) 관련 업종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한·중 교역마찰에 대해서도 “비경제적인 사안에 따라 경제가 받을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정책여력 크지 않아”
결국 ‘상저하고(上低下高)’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한은은 성장률이 상반기 3.0%, 하반기 2.4%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이 성장률 2.7%의 단서로 단 추경 역시 국회를 언제 통과할지 미지수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한은이 금리인하 카드를 아껴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경 통과 시점, 브렉시트의 실물경제 영향 등에 따라 적절한 타이밍을 봐가며 연내 추가 완화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은 여전하다.
문제는 정책여력이 줄어들 가능성이다. 브렉시트로 인한 금융시장 혼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금리를 더 내리면 미국 등 선진국과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자금유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가계부채 급증세가 계속되는 것도 부담이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을 올해보다 나은 2.9%로 보고 있다. 올해보다 교역이 늘고 수출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내년이 특별히 좋아질 변수는 많지 않다”고 우려했다. 한은의 낙관적 전망이 정책 대응의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선 여전히 남아 있다.
김유미/심성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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