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애증의 '맏형'과 '무대'…전대 앞두고 정면대결

입력 2016-07-17 18:33  

새누리 '계파 갈등' 재점화

상도동계·친박서 '한솥밥'
1984년 YS 상도동계서 만나…2007년 박근혜 후보 돕기 합심

'세종시 수정안'으로 결별
2014년 전당대회서 혈투…최고위 회의서 사사건건 부딪혀

친박-비박 수장으로 또 대립
서청원, 친박계 주자로 출마 채비…김무성, 비박 당 대표 만들기 나서



[ 홍영식 기자 ]
‘맏형’과 ‘무대’.

서청원·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별칭이다. 서 전 대표는 친박(친박근혜)계의 맏형으로 통한다. 정치권에서 김 전 대표를 ‘무성대장’의 줄임말인 ‘무대’라고 부르는 이유는 통이 크고, 선이 굵다는 의미에서다.

이 두 사람이 외나무다리에 섰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내달 9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 전 대표는 친박계 대표주자로 나설 태세다. 지난 14일 ‘2014년 전대 승리 2주년 기념식’을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할 정도로 성대하게 치른 김 전 대표는 단일화를 주장하며 비박(비박근혜)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이 친박-비박계 대결 구도의 중심에 선 것이다.

두 사람은 1984년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상도동계 한 식구로 인연을 맺은 뒤 지난 30여년간 애증의 관계를 이어왔다. 1985년 YS와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구성한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에 함께 참여했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서 전 대표는 박근혜 캠프 고문을, 김 전 대표는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아 박근혜 후보 만들기에 앞장섰다.

2008년 18대 총선에선 친이명박계가 주도한 공천에서 탈락한 뒤 서 전 대표는 ‘친박연대’, 김 전 대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생환했다. ‘형님’ ‘동생’으로 부르며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던 두 사람은 2009년 김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 ‘탈박(탈박근혜)’하면서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4년 7월 전대 대표 경선에선 맞대결을 벌였다. 김 전 대표가 승리했고, 서 전 대표는 최고위원이 됐다. 이후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러 차례 부딪혔다. 김 전 대표의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추진 등은 서 전 대표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 1월엔 김 전 대표의 ‘권력자 발언’으로 충돌했다. 김 전 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던 2012년 당내 많은 의원이 반대했는데 당시 권력자가 선진화법 찬성으로 돌아서자 반대하던 의원들이 전부 다 찬성으로 돌아버렸다”고 했다. ‘권력자’는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서 전 대표는 “나라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김 대표(당시 대표)가 왜 권력자 발언을 해서 분란을 일으키느냐”고 공격했다. 4·13 총선 공천 문제를 놓고 부딪힌 데 이어 이번 8·9 전대를 앞두고서도 한판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전대에서 뽑히는 지도부는 내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에 뜻을 뒀던 서 전 대표로서는 친박계의 당권 장악을 이뤄내지 못하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친박계 의원은 “정권 후반기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을 제대로 뒷받침하기 위해 ‘또 계파 싸움한다’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당권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행사를 통해 대선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한 김 전 대표는 당권을 친박에 내주면 내년 대선전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총선 참패 뒤 ‘자숙모드’에서 벗어나 ‘비박 단일화’를 주장하며 정치 중심으로 다시 들어오고 있는 이유다. 서 전 대표가 출마하면 두 사람은 또 한 번 얼굴을 붉혀야 한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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