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아베노믹스…'크루그먼·버냉키 훈수'로 부활할까

입력 2016-07-17 19:09  

아베 총리, 재정정책에 우선순위
페이고·간지언 등 '제3 정책' 모색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아베노믹스’가 참의원 선거 이후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엔저 유도’로 상징되는 지금까지 추진한 방식과 다른 정책수단이 동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노믹스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는 재정정책에 우선순위가 실린다는 점이다. 아베노믹스 추진 이후 일본은행은 발권력 동원,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로 이어지는 금융완화 수단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엔저로 외수 기여도가 높아지기 위한 전제인 ‘마셜러너 조건’과 엔저 이득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데 필요한 ‘역(逆)바세나르 협정’이 충족되지 못해 경기를 살리는 데 실패했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 직후 10조엔 규모의 재정지출 계획을 발표했다. 아베노믹스는 하마다 고이치 미국 예일대 교수가 주도한 금융완화 정책이 많이 알려져 있으나 혼다 에쓰로 내각관방참여(자문역)가 주도한 재정정책도 양대 축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는 폴 크루그먼 뉴욕대 교수의 재정조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베 총리가 크루그먼의 훈수를 받아들인 데에는 금융위기 직후 재정적자 축소 안을 놓고 미국 학계에서 벌어진 ‘로코프 독트린’과 ‘크루그먼 독트린’ 간 논쟁을 되짚어봐야 한다. 로코프 독트린이란 재정지출로 정부 적자가 확대되면 신뢰 위기에 봉착하고, 경기도 ‘구축 효과’가 발생해 의도한 대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근거에서 나온 주장이다.

하지만 금융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아 재정적자 축소에 우선순위를 두면 1930년대 대공황 때처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 것이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면 누진적 조세구조를 갖고 있는 국가일수록 재정수입이 늘어 재정적자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 ‘크루그먼 독트린’이다.

한때 세계 최고의 경제학과 자리를 놓고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 간 자존심 싸움으로 비유된 이 독트린 논쟁에서 오바마 정부의 재정정책 주무부서에서 손을 들어준 것은 크루그먼 독트린이다. 출범 이후 오바마 정부는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살리고 재정적자를 축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아베 총리도 이 점을 주목해 재정지출 계획을 발표했다.

중요한 것은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50%가 되는 여건에서 대규모 재정지출에 필요한 재원조달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본 경제가 처한 재정여건을 감안할 때 재원조달 수단으로 국채를 발행해 민간에 소화시키는 방안과, 발행한 국채를 일본은행이 매입해주는 ‘국채 화폐화(bond monetization)’ 방안이 있다.

두 방안 모두 경기부양 효과를 따져보면 ‘한계’가 있어 보인다. 민간소화 방안은 국채발행 과정에서 시장금리가 올라가 일본은행이 추진해온 금융완화 정책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민간수요 위축으로 공공지출 증대를 삭감하는 구축 효과가 발생해 총수요도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일본은행이 인수하는 방안은 공공부문이 민간수요 창출을 주도하는 ‘마중물 효과’가 1990년대 이후 약화돼왔다. 고령화 확대 등으로 일본 국민과 기업이 느끼는 미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의 독립성 훼손과 궁극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려 국민에게 그 부담이 돌아가는 ‘강제 저축’도 우려된다.

금융완화 정책은 가능한 수단을 다 동원했지만 경기와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다. 궁여지책 속에 글로벌 금융위기에 잘 대처한 것으로 평가받는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와 아베 총리가 잇달아 만났다.

이달 말 일본은행회의를 앞두고 ‘헬리콥터 벤식 통화정책’이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버냉키 전 Fed 의장의 상징이 된 이 정책은 공중에 부양한 헬리콥터에서 돈을 살포하는 극약처방을 말한다. 경제주체가 유동성 부족에 시달릴수록 잘 듣는 정책이다.

하지만 일본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경제주체가 느끼는 ‘미래 불확실성’에 있다.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헬리콥터를 동원해 돈을 많이 살포한다 하더라도 퇴장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과 실물이 따로 노는 ‘이분법’으로 ‘캠플주사 효과’만 끝나면 일본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제3의 정책이 나와야 한다. 재정지출을 늘리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부양 효과가 적은 일반 경직성 항목을 줄여 경기부양 효과가 큰 투자성 항목에 몰아주는 ‘페이고’나, 균형재정 승수효과가 ‘1’이라는 점에 착안해 조세와 지출을 동일하게 가져가는 ‘간지언’ 정책을 생각해볼 수 있다. 금융완화정책은 쉬어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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