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실업·노루페인트·국도화학·한일시멘트 등, 0.3%포인트 이상 금리 낮춰
금융당국, QIB 시장 활성화 대책 내놓는 등 A급 사모 회사채 관심 높아져
LS전선은 희망금리보다 0.05%포인트 올려 발행.."그룹 재무부담 커져"
이 기사는 07월11일(04:3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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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에 목마른 기관투자가들이 중간 등급(A급) 회사채에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기초체력이 상대적으로 튼튼한 채권을 골라 단기간 투자할 경우 대기업그룹 계열 ‘블루칩’ 회사채보다 나은 위험 대비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1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하나에프앤아이는 지난 달 29일 희망공모금리(상단) 대비 0.55%포인트 낮은 금리로 1년6개월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 집계 기준으로 희망 수준 대비 금리 절감폭이 가장 컸다. 당초 400억원 ?발행하기로 하고 연 3.3% 수준의 발행을 예상했는데 1600억원에 달하는 수요가 몰린 덕분이다. 최종 발행금리는 연 2.752%로 정해졌다.
기관투자가들은 같은 A급 회사채 가운데 태광실업(A)과 노루페인트(A-) 수요예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각각 3년물과 5년물을 희망금리보다 0.36%포인트, 0.35%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발행했다. 국도화학(A+)과 한일시멘트(A+)도 기관투자가의 수요를 끌어모으며 0.31%포인트 싸게 자금을 조달했다. 이밖에 다수의 BBB급 회사들도 하이일드펀드 수요 등에 힘입어 이자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었다.
희망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로 발행한 곳은 L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S전선이 유일했다. 지난 2월 3년물 700억원을 모집했으나 수요예측 참여금액이 250억원에 그쳤다. 결국 희망금리보다 0.05%포인트를 얹어 절반에 못 미치는 300억원어치만 발행해야 했다.
LS전선의 3년물 수요예측 실패는 자산총액 기준 국내 16위 대기업그룹 핵심 계열사임을 감안하면 뜻밖의 결과다. 기관투자가들이 ‘대마불사’라는 믿음을 버리고 개별 재무건전성에 초점을 맞춰 냉정한 투자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무딘 칼’이었던 신용평가사들의 변화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신용평가는 ‘저성장기 LS그룹의 네 가지 크레딧 이슈’ 보고서를 내고 그룹 전반의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한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은 기존의 대기업 중심에서 중견기업 회사채나 사모사채 시장로 계속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는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다음 달부터 회사채 발행시 각종 의무를 면제해주는 ‘적격기관투자가(QIB) 시장’ 참여 문턱을 대폭 낮춰주기도 했다. 검증된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사모 방식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면 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해 발행 시간을 단축해주고, 발행 후 전매제한 의무를 면제해주는 시장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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