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인 재벌 가문과 소송전
[ 이상은 기자 ] 삼성을 공격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번엔 홍콩 동아은행(BEA·東亞銀行) 대주주에게 지분 매각을 요구하며 소송전에 나섰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18일 홍콩 법원에 BEA가 외부의 인수 제안을 받았을 때 BEA를 지지한다는 일부 주주와의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중화권에서 금융사업 확장을 노리는 이들에게 BEA 경영권을 매각하면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데, BEA와 일부 주주의 계약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불만에서다.
동아은행은 홍콩에서 세 번째로 큰 은행이지만 민간 지역은행 가운데선 최대 은행이다. 홍콩의 4대 가문 중 첫손가락에 꼽히는 리(李) 일가가 세웠다. 현재는 창업자 리관춘(李冠春)의 조카 리궈바오(李國寶)가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엘리엇은 리궈바오 CEO를 포함해 여러 명을 대상으로 소송장을 냈다. 리카싱 홍콩 청쿵그룹 회장의 아들 리저카이(李澤楷)도 포함됐다. 엘리엇이 홍콩 재벌가문을 상대로 싸움을 건 상태다.
엘리엇은 동아은행 지분 7%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리 일가의 지분율은 7%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스페인 카이사은행과 일본 스미토모미쓰이은행(SMBC)이 지분 36%를 갖고 백기 ?노릇을 하고 있다. 동아은행 경영권이 시장에 나오게 하려면 걸림돌이 되는 백기사를 없애야 한다.
이날 BEA 주가는 전날보다 2.42% 오른 31.7홍콩달러를 기록했다. 엘리엇이 BEA 경영진에 매각을 촉구한 지난 2월 초보다 30%가량 뛰었다. 엘리엇은 BEA 경영진이 주당 60홍콩달러 정도에 경영권을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궈바오 CEO는 “우리는 은행과 이사진에 대한 엘리엇의 공격에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며 “엘리엇이 하는 일은 제 잇속만 차리려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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