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증권업계 최초로 고객수익률·직원성과 연계
'직원 반발' 뚝심으로 극복
고객자산 106조로 163% 늘어
[ 김우섭 기자 ]
‘4.34% vs 0.46%.’
신한금융투자의 자산관리전문가(PB)들이 관리하는 고객들의 올 상반기 수익률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이나 금융상품 수수료 대신 고객 수익률로 직원 성과를 평가하는 인사제도 도입 이후 고객의 ‘투자 성적표’가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 대비 10배 높은 수익률
20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1~6월 792명의 PB가 운용한 고객의 평균 수익률(주식과 금융상품 합산)은 4.34%로 집계됐다. 이 중 금융 자산 3억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들이 이용하는 신한 PWM(private wealth management) 고객들의 평균 수익률은 6.3%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0.46%)뿐만 아니라 2784개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1.67%)을 압도하는 성적이다.
지난해에도 이 회사에 돈을 맡긴 고객들의 수익률은 5.66%였다. 코스피지수 상승률(2.38%)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였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직원 고과평가에 투자수익률을 적극 반영하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2012년 업계에서 처음으로 고객 수익률과 직원 성과를 연계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이 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직원도 적지 않았다. 우선 수만명에 달하는 고객 수익률을 일일이 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 강 사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4년 동안 수십억원을 투입해 주식뿐만 아니라 사모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고객 수익률을 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전 고객 수익률을 매일 확인할 수 있는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가 유일하다.
주식 매매회전율로 수수료를 올리는 증권사 영업 특성상 회사 수익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불식됐다. 투자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돈을 맡기는 고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가 운용하는 고객 자산은 2012년 40조5000억원에서 지난 상반기엔 106조9000억원으로 163% 늘어났다. 회사 수익도 개선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607억원으로 2012년(679억원) 대비 2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新인사제도가 만든 ‘성과’
고객 수익률을 높이면 연봉을 더 많이 주겠다는 인사 평가 방식도 직원들에게 자극이 됐다. 신한금융투자는 고객 수익률을 순위로 매겨 인사고과에 10% 비중으로 반영한다. 제일 잘한 직원은 10점 만점에 10점을 받지만 꼴등을 기록한 직원은 0점을 받는 식이다. 성과급 지표에서도 고객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경우 0점이 부여된다. 0.1%포인트에 따라 승진과 성과급 수준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중요한 잣대로 작용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런 평가시스템을 적용하자 직원들은 한 해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매년 꾸준한 성과를 내는 방식으로 고객 자산을 굴리기 시작했다. 고객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지점에선 직접 투자 상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고객 자산 768억원을 굴리는 권혜정 신한PWM프리빌리지 서울 부지점장은 “비상장사 주식을 해당 기업에서 직접 받아와 고객에게 중개해주는 등 고객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사내 직원 간 경쟁도 치열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석훈 신한금융투자 리테일그룹 부사장은 “100조원 이상의 고객 자산을 중소형주 중심의 단타 투자보다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중심으로 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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