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주식을 시가로 표시한 금액)이 불과 40여일 만에 1조5000억원 이상 허공으로 사라졌다. 지난달 10일 검찰의 전격 압수수색 이후 '오너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 9곳의 시가총액은 약 23조9220억원으로 롯데그룹 압수수색 직전인 지난 6월9일보다 1조5480억원 가량 쪼그라들었다.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지기 전인 1분기(1~3월)말과 비교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3월말 기준으로 29조3550억원을 웃돌던 롯데그룹주의 시총은 넉달간 5조4000억원 가량 증발했다.
9개 계열사 중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른 곳은 롯데케미칼 뿐이다. 나머지 계열사는 평균 12.5% 하락하며 '오너 리스크'를 온몸으로 실감했다. 롯데케미칼을 제외한 8개 계열사의 시총 감소액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신영자 이사장의 로비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롯데쇼핑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달 새 사라진 시총이 1조원을 넘어선다. 주가는 19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롯데쇼핑의 주가가 20만원을 밑돈 것은 2009년 3월 이후 7년여 만이다.
롯데쇼핑 외에도 대부분의 계열사 湧?10%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롯데칠성은 19만원대였던 주가가 16만원대로 곤두박질치며 15.3% 내렸고 롯데제과도 12.4% 하락했다. 롯데하이마트는 17.7% 내리면서 계열사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롯데그룹의 오너 리스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에 벌어진 '형제의 난'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은 대국민사과까지 해야 했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진행했던 호텔롯데의 상장도 '일단 멈춤' 상태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오너 리스크가 장기화됨에 따라 주요 계열사 주가 역시 당분간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태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에 대해 "검찰 비자금 수사에 롯데홈쇼핑 영업정지가 겹치며 주가가 폭락했다"며 "검찰 수사가 종료될 때까지 주가가 부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그룹 지배구조 변화로 자산가치가 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기대감이 낮아졌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3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내려잡았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이번 위기가 오히려 기회라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 안고 있었던 불안한 지배구조의 개선, 장기화된 리스크에 따른 기업가치 저평가가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삼성그룹·현대그룹·오리온·CJ·SK 등 대주주가 배임문제를 겪었던 사례를 보면, 이를 계기로 지배구조의 개선이 이뤄지면서 기업 가치가 증가하는 경우 ?많았다"며 "롯데에 대한 검찰 조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현재로서는 미지수지만, 이로 인해 투명한 지배구조가 정착된다면 그룹 재평가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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