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매출 억대 매장 신화 뒤 숨은 얘기들
빚더미·IT 까막눈 소상공인들과 함께 한 2년
"콘텐츠'로 좋은 상품 소개하는 게 원칙"
아이를 낳는 기분.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쓰는 모바일 서비스를 처음 세상에 선보일 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스마트폰 속 앱들은 누구의 손에서 어떻게 왜 태어났을까. 세상에 아무렇게 쓰는 앱은 있어도 아무렇게 만들어진 앱은 없다. 'Why not(왜 안돼)?'을 외치는 괴상한 IT업계 기획·개발자들. [박희진의 괴발개발]에서 그들의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2013년 부산대 앞 옷집 골목에 소문이 돌았다. '네이버 직원이란 사람이 돌아다니는데 수상하다.' 소문의 주인공은 조정훈 네이버 스타일윈도 담당 매니저. 그는 네이버 쇼핑윈도 입점을 권유하기 위해 골목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아는 그 네이버가 맞는 지 여러번 물어보셨죠. '네이버가 왜 지방의 작은 옷가게를 찾아오지?'라는 반응이 많았어요."(조 매니저)
그즈음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새벽 4시 손님도 직원도 없는 텅 빈 매장에서 한 여자가 마네킹에 옷을 바꿔 입혀가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공식 온라인 쇼핑몰 사진 말고 매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올려달라고 했더니 이해를 못하셨어요. 감이 잘 안온다고 하니 저희가 대신 해드렸죠. 지금은 매장 매니저 분들이 올리는 제품 사진이나 글이 저희보다 훨씬 낫습니다.(웃음)"(박수하 네이버 백화점윈도 담당 매니저)
올해로 출시 2년을 맞은 네이버 쇼핑 플랫폼 '쇼핑윈도'가 첫 발을 내딛던 당시 얘기들이다. 월 매출 억대 매장 신화는 전국 방방곳곳을 돌아다닌 쇼핑윈도 매니저들의 발걸음에서 시작된 셈이다.
쇼핑윈도는 네이버가 검색을 통한 쇼핑 경험을 차별화하기 위해 만든 쇼핑 플랫폼이다. 네이버를 통해 온라인 쇼핑에 접근하는 많은 사용자들에게 단순히 상품이 아닌 '쇼핑 콘텐츠'를 제공하자는 게 취지였다.
네이버 사용자의 4명 중 1명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쇼핑 관련 검색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제공할 차별화된 쇼핑 서비스를 고민하던 네이버는'온라인에서 즐기는 오프라인 쇼핑'에 방점을 찍었다. 전국 쇼핑 핫플레이스와 숨은 알짜 매장에서 현재 진열돼 팔리고 있는 상품을 보여주자는 전략이었다.
'기존 오픈마켓과는 무조건 달라야 한다'는 목표 아래 종합 온라인 쇼핑몰 출신 상품기획자(MD)들이 쇼핑윈도로 대거 투입됐다.
플랫폼을 만들었다면 참여자를 불러모아야 했다. 오프라인 판매에만 익숙한 소상공인들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신선식품 전문관인 푸드윈도를 맡고 있는 강경돈 매니저는 농가에 눌러앉아 어르신들과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던 때를 떠올렸다.
"아무리 오프라인 장사 경력이 많아도 온라인에서 물건을 파는 일은 또 다르거든요. 온라인 쇼핑몰이 흔해져서 사업이 쉬워 보이지만 처음 접하는 분들은 생각보다 많이 어려워하세요.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껜 로그인 방법부터 하나하나 전부 설명드려야 했습니다."(강 매니저)
그가 정보기술(IT) 교육 만큼 신경썼던 부분은 상품의 질이었다. 쇼핑윈도는 기본적으로 소상공인들에게 열린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지만 전문관 특성에 따라 까다로운 입점 기준을 제시하기도 한다. 생산자에게 농작물을 먼저 받아보고 검증된 상품만 입점시키는 푸드윈도가 대표적이다.
"네이버 푸드윈도 상품이 다른 오픈마켓보다 2배 더 비쌉니다. 좋은 걸 비싸게 파니까요. 다른 쇼핑몰에서 식품 MD로 일할 땐 생산자에게 가격 할인을 많이 요구했어요. 지금은 가격을 올려도 괜찮으니 좋은 제품을 보내달라고 부탁드리죠. 푸드윈도 재구매율이 30%에 달할 만큼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높습니다."(강 매니저)
쇼핑윈도 매니저들은 쇼핑몰 MD로 일할 때와는 다른 성취감과 보람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장사가 잘 되는 큰 업체가 아닌 도움이 필요한 작은 가게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얘기들을 앞다퉈 꺼내놨다.
"빚더미에 앉은 옷가게가 생각보다 많았어요. 지방 변두리 상권이라도 한 달에 월세만 200~300만원하는데 장사가 안 된 달은 수백만원대 적자를 보기 일쑤였죠. 이런 가게가 쇼핑윈도 입점 후 분점을 내고 직원도 늘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조 매니저)
"공방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온라인에서 판다고 뭐가 달라질까' 의심반 기대반으로 쇼핑윈도를 시작하셨죠. 공방도 입점 후 만족도가 높은 편인데 특히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 손님이 늘어난 점을 좋아세요. 리빙윈도에서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을 보고 매장을 구경하러 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하세요."(엄미라 네이버 리빙윈도 담당 매니저)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고 고객들과 소통이 수월해졌다는 점주들도 많습니다. 무뚝뚝했던 남자 사장님은 채팅 상담 서비스인 '톡톡'을 이용해 여성 고객과 편하게 대화를 하신대요. 피규어 가게 사장님은 야구선수 피규어가 너무 안닮았다는 고객들의 피드백이 충격적이었지만 도움이 됐다고 고백하셨어요.(웃음)"(안세원 네이버 플레이윈도 담당 매니저)
홍대 가구공방 '에그스타'는 쇼핑윈도 효과를 톡톡히 본 매장 중 하나다. 지난해 1월 입점 후 9개월 만에 월 매출 1억원을 달성할 만큼 빠르게 수익이 안정화됐다. 에그스타처럼 월 거래액이 1억원을 돌파한 사례는 140회가 넘는다. 현재 쇼핑윈도 입점 매장수는 6000여개이며 이중 지난 4월 기준 거래액이 1000만원을 넘긴 매장은 670여개다.
남는 게 없다던 가게 주인들은 어느새 직원을 늘리고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쇼핑윈도가 소상공인들의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도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연 셈이다. 이는 네이버가 지난 4월 발표한 '프로젝트 꽃'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소상 坪寬?창작자를 지원하는 프로젝트 꽃은 네이버 플랫폼을 활용한 창업 도전 기회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입점 후엔 판매에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려고 합니다. 매장의 콘셉이나 사진, 동영상 등 콘텐츠을 함께 고민해요. 저희 대부분 MD로 일했던 데다 서비스 출시 때부터 다양한 매장을 다녀본 덕분에 그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드리고 있어요."(조 매니저)
'많이 팔자'가 아닌 '좋은 것을 팔자'는 게 쇼핑윈도의 원칙이다. 매니저들이 매출이나 판매 부담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쇼핑 콘텐츠 발굴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장 쇼핑 서비스로 돈을 벌어 오는 게 목적이라면 불가능한 얘기죠. 지금처럼 상품의 좋은 가치를 스토리로 말하다 보면 저희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찾는 사용자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격이 비싸다면 왜 비싼지 생산자가 사진과 영상, 글로 직접 설명할 수 있는 곳이 네이버 쇼핑윈도입니다."(강 매니저)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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