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와 전기차산업 전문가인 류 원장은 지난 7일 한국자동차산업학회가 서울 역삼동 벨레상스호텔에서 연 한·중·일 국제학술대회에서 강연하기 위해 방한했다.
류 원장은 “외국 자동차 회사가 중국에 진출할 때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우도록 하고 지분율을 50%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가 2020년께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제한을 두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모두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류 원장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20년이 되는 2021년이면 원칙적으로 지분율 제한 규제가 사라지게 돼 있다”며 “중국 정부도 이 규제를 더 연장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때까지 상당수 중국 자동차 기업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연 2000만대 이상 팔리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하지만 연 10%를 웃돌던 성장세가 지난해부터 6~7%대로 내려갔다. 류 원장은 “정부가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자동차 시장의 중심을 이동시키기 위해 계획적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동차 판매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환경 문제와 에너지 자원 문제가 대두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업체들이 전기차 기술 측면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5~10년 뒤에는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 원장은 중국 자동차 시장이 ‘양극화’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상류층이 선호하는 외국 브랜드(합작법인)와 서민층이 찾는 중저가 중국 브랜드로 시장이 양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류 원장은 “차량 보급 속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내륙 지방은 지형적으로 산이 많고 소득 수준은 낮아 저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가 많다”며 “중국 브랜드들이 그 부분을 파고들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면 이런 시장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게 류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현대·기아차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중국 저가 브랜드 사이에서 샌드위치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브랜드 포지션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류 원장은 또 “현대·기아차가 판매량을 늘리려면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 새롭게 합작법인을 설립해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류 원장은 최근 중국 근로자 임금 수준이 빠르게 상승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소득 분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공산당 설립 100주년인 2021년과 정부 설립 100주년인 2049년을 터닝 포인트로 삼고 있다”며 “2021년까지는 중산층을 육성하고 2049년에는 선진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라고 전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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