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과 중국 선전 인민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4G 셀룰러 통신 기술, 운영체제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중국 법원에 맞소송을 제기한 삼성전자는 화웨이를 한국 법정에 세우려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보유 특허에 대해 질적, 양적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 중국 법정으로 가 보자. 중국 법정에서 화웨이의 소송 대리인인 변리사는 화웨이의 특허 기술을 설명하고 삼성전자가 사용한 통신 기술이나 운영체제가 자신의 기술과 동일하다고 주장할 것이고, 삼성전자 대리인인 변리사도 화웨이 기술의 문제점과 차이점을 들어 반박할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 법정을 가 보자. 미국은 변리사가 법정에 출석해 화웨이와 삼성전자를 대리해 기술의 동일성과 권리 범위에 속하는지 다툴 것이다. 미국은 변리사가 변호사 자격을 갖고 특허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변리사가 소송을 대리할 수 있어 법정에서 기술의 동일성과 차이점을 심도 있게 논의한다.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변리사가 소송 대리인으로서 법정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의 특허 침해 소송에는 변리사가 대리인이 될 수 없고 법정에 나설 수도 없다. 변호사 소송 대리의 원칙에 따라 변호사만 법정에서 진술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법정에서 실질적인 쟁점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대부분 단순 서면진술로 대체된다. 정작 변리사는 방청석에서 변호사에게 귓속말로 의견을 전달하거나 쪽지를 건네주는 역할만 한다. 이래서야 어떻게 복잡한 특허기술이 재판부에 전달될 수 있을까.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이공계 출신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변호사 시험 합격자 중 이공계 출신이면서 산업재산권법 선택자는 1%도 되지 않는다. 반면 변리사는 98%가 이공계 출신이고 산업재산권법을 3~5년간 학습한 산업재산권 전문가다. 변리사의 소송 대리 참여를 막는 것은 국내 기술 보호를 걷어차는 것이요, 국가적 손실이다. 20대 국회에서 변리사의 소송 대리를 인정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형식적인 변호사 소송 대리 원칙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권익과 기술 보호를 우선해야 한다.
홍장원 < 특허법인 하나 변리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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