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하락 지역 확산] 위례·미사 '입주 봇물'에…잠실, 8000만원 낮춰도 세입자 못구해

입력 2016-07-2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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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고공행진' 전셋값 기세 꺾였다

노원 등 전세 끼고 집 산 '갭투자자' 불안 커져
대구 달성 4.7%↓…울산 2년전 수준 밑돌아



[ 문혜정/조수영 기자 ]
“(서울) 잠실동은 6억원에 월세 50만원 식으로 반전세가 많은 동네예요. 순수 전세매물은 흔치 않은 편입니다. 그런데 최근엔 집주인들이 전세 보증금을 5000만~8000만원가량 낮춰도 세입자 찾기가 쉽지 않네요.”(서울 잠실동 K공인중개 관계자)

지역별로 3~4년간 가파른 가격 상승곡선을 그리던 아파트 전세시장에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2012년 하반기 이후 4년간 고공행진하던 서울 전세가격 상승세도 최근 강남 및 강동권을 중심으로 꺾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각각 7%와 5% 이상 뛰었던 서울과 경기 지역 전셋값은 올 상반기 1.89%와 1.28% 오르는 데 그쳤다. 2009년 하반기부터 전셋값이 뛰기 시작한 대구와 경북, 충남 지역은 6년 만에 본격적인 가격 조정에 들어갔다. 2018년까지 3년간 예정된 전국 100만가구의 아파트 입주가 올해부터 본격화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급 증가에 제동 걸린 전셋값

전셋값 하락의 주 원인은 새 아파트 공급이다. 신규 입주가 많은 곳에선 새 아파트뿐만 아니라 기존 아파트 전셋값도 조정을 받는다. 수요자가 새 아파트 입주를 위해 기존 집을 매각 또는 전세로 내놓기 때문이다. 실수요보다 투자자가 더 많이 몰린 인기 신도시나 대규모 택지지구에선 전세 물건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가격 하락이 더 두드러진다. 서울 강남권에선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이주를 앞두고 단기 저가 임대매물을 내놓으면서 전세가격이 내려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 서초구에선 ‘래미안 신반포팰리스’(지난 6월 입주 시작)와 ‘아크로리버파크’(8월 입주 예정) 등 새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4월 4억1000만원까지 올랐던 잠원동 ‘신반포2차’(전용 79㎡)의 전세가격이 이달 3억5000만~3억7000만원으로 떨어졌다.

경기 고양 삼송, 김포 한강, 하남 미사, 위례(서울·성남·하남) 등 서울 인접 신도시의 잇단 입주도 서울은 물론 경기 주요 지역 전셋값 상승세를 둔화시켰다는 분석이다. 미사지구 입주가 이어지고 있는 하남시는 전셋값이 최근 3개월간 1.14% 하락했다.

대구 달성군과 달서구 등도 비슷한 양상이다. 대구 일대 테크노폴리스의 산업단지 등은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는데 아파트가 대거 공급되면서 올 들어 대구 달성군 전셋값은 4.73%, 달서구는 3.37%, 수성구는 1.82% 급락했다.

◆대출 받아 전세금 반환 잇따라

조선업 불황으로 울산 동구의 전세가격은 2년(전세 갱신기간) 전보다도 싸졌다. 울산 동구 방어동의 공인중개사 김모씨는 “전용 84㎡ 기준 아파트 전세보증금이 2억4000만원에서 2000만~3000만원 빠졌다”며 “가격을 낮추고 집 수리까지 해준다고 해도 세입자가 없어 집주인들이 대출을 받아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매매가 가장 활발했던 지역 중 한 곳인 노원구에서는 전세 세입자 구하기 전쟁이 현실화되고 있다.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올초까지 소형 매물을 중심으로 갭투자(전세 끼고 매입)가 활발했다”며 “이들이 세입자를 구하려고 전세를 한꺼번에 내놓다 보니 공급과잉 상태가 빚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세를 끼고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를 매입한 직장인 A씨도 요즘 마음이 편하지 않다. 전세계약 만기가 돌아오는데 전세문의가 없어서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 전셋값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전세보증금과 집값의 차액만 부담하고 집을 산 ‘갭투자자’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위례신도시 등의 입주 여파로 전세가격 하락세가 뚜렷한 서울 송파구에서도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 84㎡ 기준 전세금 8억5000만원에 세입자를 구할 줄 알았던 집주인들이 요즘 시세를 보고 꽤 당황해하고 있다”며 “전세보증금을 낮추면서 소액 월세를 받는 ‘반전세’로 돌리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주요 도시에선 월세로 전환되는 아파트가 적지 않아 전세매물은 여전히 선호도가 높다”며 “다만 전셋값이 고점이던 작년 말이나 올해 초 세입자를 들인 집주인들은 2년 뒤인 2017년 말과 2018년 초 집값이 하락하고 자금 여력이 부족하면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혜정/조수영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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