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법안 발의 벌써 1000건] 갈 길 먼 페이고…세수 2조 줄어들어도 '묻지마 발의'

입력 2016-07-25 19:13  

'페이고'로 나라 곳간 지키자


[ 임현우 기자 ]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파트관리비에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냈다. 307만명에게 연평균 16만원씩 돌려주는 서민 법안임을 내세웠다. 성일종 새누리당 의원은 택시 유류세를 모두 면제하고 기존 세제혜택은 4년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영난을 겪는 택시업계를 지원하는 법안이다.

귀에 솔깃한 이들 법안은 ‘나라 곳간’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국회예산정책처는 강 의원의 안은 5년간 2조4759억원, 성 의원의 안은 5년간 2조5445억원의 세수 감소를 유발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부터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법안에 반드시 예산정책처의 비용추계를 첨부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의원들이 국가 재정을 꼼꼼히 고려해 법안을 내놓는 풍토는 여전히 정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용추계서를 제출한 강 의원과 성 의원은 그래도 원칙을 성실히 지킨 편이다. 현행 국회법은 비용추계서 없이 비용추계요구서만 내도 법안 발의가 가능한 데다 이런저런 예외조항이 많아 ‘날림 입법’을 차단할 수 없다. 법안을 발의할 때 재원 조달 방안도 함께 내도록 하는 ‘페이고(pay-go)’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정부가 제출하는 법안은 이미 이렇게 하고 있다.

경제관료 출신인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은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입법에서 의회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의회 입법에도 페이고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1990년대 한시적으로 페이고 원칙을 운용한 뒤 폐지했다가 재정적자가 다시 불어나자 2010년 영구적으로 도입했다. 백악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페이고를 통해 2015~2020년 172억달러(약 20조원), 2015~2025년 571억달러(약 65조원)의 재정 흑자 및 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19대 국회에서 ‘페이고 1호 법안’을 낸 이만우 전 새누리당 의원은 “페이고는 의회 권한에 다소 제약을 감수하더라도 꼭 도입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 페이고(Pay-go)

‘번 만큼 쓴다’는 뜻의 ‘pay as you go’의 줄임말. 재정을 투입하는 법안을 발의할 때 이에 대한 재원 조달 방안을 함께 명시하도록 한 준칙.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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