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브렉시트 후 강화된 '달러 왕좌', 상시적 환율전쟁 대비해야

입력 2016-07-26 18:33  

브렉시트로 브레턴우즈 체제 제자리 찾나

글로벌 '통화정책 대분기' 속 미국 달러화 가치만 나홀로 급등
브레턴우즈 체제 재차 강화?…'통화질서 새판짜기' 주장은 위축
강달러에 대한 미국 입장 중요…무역수지 조정 놓고 충돌 많을 것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유로화 환율이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오랜만에 등가 수준(1유로=1달러)대로 떨어졌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여파다. 이를 계기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흔들린 달러화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가 다시 강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브레턴우즈 체제란 1944년 국제통화기금(IMF) 창립 이후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 제도를 말한다. 미국 달러화만이 금과 일정한 교환비율을 유지하고 각국 통화는 기축통화와의 기준 환율을 설정유지함으로써 환율을 안정시키고 국제무역을 증진시켰다.


진정한 의미의 브레턴우즈 체제가 유지되던 때다.

제1 브레턴우즈 체제가 종료된 것은 1971년 닉슨의 금태환 정지 선언 때문이다. 그 후 ‘강한 달러-약한 아시아 통화’를 골간으로 미국과 아시아 국가 간 합의하에 환율제가 유지됐다. 미국이 자국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 체제를 유지한 것은 아시아 국가의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공산주의의 세력 확산을 방지하고자 했던 숨은 의도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제2 브레턴우즈 체제는 미국의 이런 의도를 충분히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에서 제2 브레턴우즈 체제를 2차 대전 이후 폐허가 된 유럽 경제의 부흥과 공산주의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미국이 지원한 ‘마셜 플랜’의 또 다른 형태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 후 제2 브레턴우즈 체제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 초다. 아시아 통화에 대한 의도적인 달러화 약세로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는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위험수준에 도달했다. 당시 레이건 정부는 여러 자체 해결방안을 동원했으나 결국 선진국 간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플라자 합의’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제2 브레턴우즈 체제가 균열조짐에서 벗어나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데에는 1995년 4월 달러화 가치를 부양하기 위한 ‘역(逆)플라자 합의’와 아시아 외환위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역플라자 합의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부양되는 과정에서 외환위기로 아시아 통화가치가 환투기로 폭락하면서 ‘강한 달러-약한 아시아 통화’ 간 구도가 제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금융위기로 브레턴우즈체제 시련

그 결과 2000년대 들어 미국의 경상적자가 다시 불거지면서 1980년대 초 상황이 재연됐다.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쌓인 쌍둥이 적자로 달러화 가치가 모든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임에 따라 더 이상 기축통화 역할을 감당할 수 없지 않으냐는 시각이 제기되면서 브레턴우즈 체제가 최대 시련을 맞았다.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가 흔들리는 것은 크게 보면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하나는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누적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로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금융위기 후유증에 따른 ‘낙인 효과’라고 볼 수 있다.

美 ‘쌍둥이 적자’는 진행형

미국 이외 국가의 탈(脫)달러화 조짐도 원인이다. 세계 경제 중심권이 이동함에 따라 현 국제통화제도가 안고 있던 문제점이 가시화됐다. 즉 △중심통화의 유동성과 신뢰성 간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 △중심통화국의 과도한 특권 △글로벌 불균형 조정메커니즘 부재 △과다 외화보유 부담 등의 문제가 노출되면서 탈달러화 조짐이 빨라지는 추세다. ‘트리핀 딜레마’란 1947년 벨기에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이 제시한 것으로 유동성과 신뢰성 간의 상충관계를 말한다. 중심통화국인 미국은 경상수지적자를 통해 통화를 계속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이 상황이 지속되면 대외부채 증가로 신뢰성이 떨어져 공급된 통화가 환류되는 메커니즘이 약화돼 미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앞으로 브레턴우즈 체제가 재차 강화될 경우 3기에 해당한다. 외형상 여건은 형성돼 있다. 유럽, 일본, 중국 등 미국 이외 국가는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제도 등을 통해 금융완화정책?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도 여부와 관계없이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는 떨어지고 달러화는 강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달러화 강세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미국 경기는 완전치 못하다. 달러 강세에 따른 경기 부담은 의외로 크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계량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2년 후 미국 경제 성장률이 무려 0.75%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역적자도 재확대 추세다. 올해 5월 무역적자는 411억달러로 작년 8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같은 달 재정적자는 530억달러로 월간 규모로 다시 500억달러를 넘어섰다. 무역적자가 재정적자를 유발하는 ‘쌍둥이 적자론’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쌍둥이 적자가 확대되면 2011년에 떨어졌던 최상위 신용등급(S&P사 기준)을 회복할 길이 없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이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가 여의치 못한 상황에서 달러 강세가 재현된다면 언제든지 침체국면에 재추락할 위험이 높다. 현실화된다면 ‘제2의 에클스 실수’에 해당하는 ‘옐런의 실수’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도 대미 흑자국을 중심으로 환율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연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국제통화제도는 1976년 킹스턴 회담(길게는 스미스소니언 체제 포함) 이후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국가 간 조약이나 국제협약이 뒷받침되지 않아 ‘없는 시스템(non-system)’ 혹은 ‘젤리형 시스템(jelly system)’으로 지칭된다. 그 결과 킹스턴 달러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는 이전보다 느슨하고 불안한 형태로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느슨하고 불안한 국제통화제도

시스템이 없는 국제통화제도하에서는 기축통화의 신뢰성이 크게 저하되더라도 이를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이 때문에 새로운 기축통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통화는 없다. 유일한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경기활성화 등을 위해서라도 대외불균형을 시정하려고 하지만 무역수지 흑자국은 이를 조정할 유인이 없어 글로벌 환율전쟁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국제통화제도 개혁에 공감하는 학자는 1980년대 중반 플라자 협정처럼 최소한 불균형 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국가 간 조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회담에서 ‘경상흑자 4% 룰(GDP 대비 4%를 웃도는 경상흑자국은 시장개입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이 합의된 것은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조차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상시적인 글로벌 환율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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