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환상에 빠져 위기임박 경고 사인을 무시한 채 그리스 등에 지나치게 후한 구제금융을 주는, 재앙적 오판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 대응이 엉망이었다는 평가로 IMF가 내부로부터 이런 뼈아픈 지적이 제기된 것은 이례적이다. IEO는 “IMF에는 안주하려는 문화가 있다”며 이런 낙관론과 유럽 내 정치적 압력이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에 과도한 구제금융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IMF 위기 대응방식에 대한 비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피터 도일 전 IMF 유럽지역 선임이코노미스트는 2012년 사직서에서 “IMF가 세계 금융위기 및 유로존 위기와 관련한 정보를 은폐해 대응할 시기를 놓쳤다”고 쓴소리를 했다. 유럽과 비유럽 간 차별도 문제다. 1997년 한국 외환위기 때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요구했지만 유럽 재정위기 때는 이와 사뭇 달랐다. 이런 불만이 쌓이면서 이제는 내부에서조차 개혁 요구가 터져나오고 있다.
유로존의 장기침체는 IMF의 잘못된 처방에도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IMF는 ECB에 양적완화 지속을 권고해왔지만 실물경기는 못 살린 채 부동산 가격만 올려놓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브렉시트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점 역시 작용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안팎의 비판에 직면한 IMF가 스스로 개혁을 이뤄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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