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캐주얼한 데님과 케이프 재킷으로 로맨틱하게
[ 이수빈 기자 ] 구찌는 2016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철학’을 표현했다. 구찌 관계자는 “수석디자이너 알렌산드로 미켈레는 질 들뢰즈, 발터 벤야민 등 철학자들의 영향을 받았다”며 “기본적인 철학 관념을 바탕으로 변화를 주는 식으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여성 컬렉션 콘셉트는 ‘라이조매틱 악보’다. 프랑스 철학자인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가 제시한 ‘리좀(rhizome)’ 개념에서 힌트를 얻었다. 리좀은 식물의 뿌리처럼 뻗어나가는 동적인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중심점이나 지향점 없이 무질서한 방식으로 발전하는 방식이다.
디자인에서도 확장된 영역 안에서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다양성을 형성하는 연결점을 표현했다고 구찌 측은 설명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소재, 색상, 실루엣 등에서 다양하게 변화를 줬다. 여기에 프릴과 자수가 장식성을 더했다. 뱀 표범 등 동물을 표현한 디자인도 군데군데 숨어있다. 맨투맨 티셔츠 뒤에 표범 자수가 새겨져 있거나 하이힐 구두 안쪽에 뱀이 그려져 있는 식이다. 각각 다른 이상이 서로 연결되면서 동시에 이질적으로 나타나며 마치 무질서한 악보처럼 하나의 컬렉션을 완성한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남성 컬렉션은 독일 철학자 벤야민의 불꽃 개념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 붙은 불꽃이 미래를 비춘다는 것. 회사 관계자는 “이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과거 역사에 존재했던 다양한 남성 패션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역사는 수동적 기록이 아니라 해석을 통해 색다르게 조명할 수 있다는 게 미켈레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컬렉션에는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남성복이 많이 등장했다. 망토(케이프)가 대표적이다. 남성이 입을 수 있는 다양한 케이프가 런웨이에 등장했다. 최근 케이프는 여성복에서만 활용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과거에는 남성들도 많이 입던 옷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구찌 관계자는 “패션은 자유로움, 즐거움, 해방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라며 “패션을 통해 틀에 박힌 전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바쿠닌이 제시한 ‘창조적 충동’으로 이번 컬렉션을 디자인할 수 있었다는 게 구찌 측 설명이다. 기존에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디자인에 도전하기 위해선 창조적 충동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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