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흑자는 120억달러 첫 돌파…'불황형 흑자' 지속
정부 "미국 등 통상압력 수위 높아질 가능성" 긴장
[ 이태훈 / 오형주 기자 ] 7월 수출 감소율이 다시 두 자릿수로 확대됐다. 지난 5월과 6월 감소율이 한 자릿수로 줄며 하반기엔 수출이 회복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첫달부터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도 계속됐다. 6월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인 121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 등이 한국의 대규모 흑자를 빌미로 통상압력을 강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수출 19개월째 감소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 수출액이 410억45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0.2% 감소했다고 1일 발표했다. 올 4월 -11.1%를 기록한 수출 감소율은 5월과 6월 각각 -5.9%, -2.7%를 기록하며 한 자릿수로 줄었지만 지난달 다시 두 자릿수로 돌아갔다. 월간 기준 최장기간 수출 감소 기록은 19개월로 늘어났다. 이전 기록은 2001년 3월부터 2002년 3월까지 13개월이었다.
박진규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7월은 조업일수가 작년보다 1.5일 적었던 데다 선박 인도 물량 감소 등 일시적 요인도 두드러졌다”며 “6월까지 회복세를 보이던 유가가 다시 하락하고 자동차업계가 파업을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선박은 일부 주문의 인도 시기가 연기되면서 지난해보다 수출이 42.5% 줄었다. 자동차 수출도 14.6% 감소했고, 철강도 수요 부진 등의 영향으로 11.1% 줄었다.
◆기저효과 기대하는 정부
정부는 8월 수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8월 이후부터 한국 수출이 플러스로 반전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수출액은 391억달러로 작년 중 유일하게 400억달러를 못 넘었다. 수출 실적은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얼마나 증가 혹은 감소했느냐로 따진다. 이번달에 수출 실적을 조금만 개선해도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하반기에 계속해서 수출이 플러스를 기록하긴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많다. ‘기저효과’에만 기대기엔 대내외 환경이 너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김계환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장은 “지금의 수출 감소는 미국 중국의 성장 둔화 등 구조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경기 순환 현상으로만 이해해선 곤란하다”며 “수출이 예전처럼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압력 커질 수도
수출을 둘러싼 환경은 날로 악화되지만, 흑자 규모는 계속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 6월 경상수지 흑자는 121억7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대치는 지난해 6월 118억7000만달러였다. 경상수지는 2013년 3월 이후 5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하고 있다. 역사상 최장 기록이다.
산업부가 이날 발표한 7월 무역수지도 72억달러 흑자를 냈다. 수입 감소폭(-14.0%)이 수출(-10.2%)보다 컸기 때문이다. 흑자 규모가 커지면 미국 등의 통상압력에 시달릴 우려가 커진다. 올 들어 7월까지 대미 무역흑자는 150억달러 수준으로 불어났다. 미국은 ‘대미 흑자 연 200억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비율 3% 초과’ 등을 환율조작국 판단 잣대로 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문제삼은 것도 대(對)미 무역 흑자 때문이다. 김 실장은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 탈(脫)세계화는 그동안 사회운동 차원에 머물렀지만 이젠 미국 영국 등에서 주류정치권으로 진입했다”며 “이는 한국 수출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발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장기적인 위협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태훈/오형주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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