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분야에 빠른 정착 위해 인수합병이 효율적"
[ 이진욱 기자 ] 삼성전자가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자동차부품사업 자회사 인수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의 전장(전자장비)사업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일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FCA의 부품사업 자회사인 마그네티 마렐리를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 회사를 전부 인수하면 인수가는 30억 달러(약 3조3500억원)로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진행한 인수합병 중 최대 규모다.
마그네티 마렐리는 FCA가 지분 100%를 보유한 부품업체로, 지난해 매출액은 72억6000만 유로(약 9조157억원)에 달한다. 삼성은 마그네티 마렐리와 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자동차용 카메라 부문(삼성전기) 공동개발 및 제휴관계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수설은 전기차업체 BYD의 지분 51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한 달이 채 되기 전에 나온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전장사업 확대에 본격 돌입한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를 대상으로 한 지분투자 ?인수합병을 통해 자동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단 의도도 엿보인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이번 인수 추진에 이재용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2년부터 피아트크라이슬러 지주사인 엑소르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엑소르그룹 이사회에서 존 엘칸 회장을 만나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때 인수협상 얘기가 오갔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시 모듈 형태의 부품 공급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카메라 등 자동차에 탑재되는 주요 전자부품을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공급중이다.
그러나 이들 부품을 업체별로 따로 공급할 경우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지적돼왔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글로벌 자동차부품업체를 인수해 제조 경쟁력을 높일 것이란 예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시 FCA 산하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 업체에 안정적 공급이 가능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자동차 전장 사업부를 권오현 부회장 직속의 별도 조직으로 개설했다. 부품 계열사인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도 자동차 전장사업을 신사업으로 보고 전열을 재정비 중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카 부품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차량용 조명, 카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등이다. 삼성전자 전장사업은 단기간 내 역량 확보를 목표로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향후 계열사간 시너지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낮은 단계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을 갖고 있지만 전장부품 분야에선 이제 걸음마 단계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전장 분야에 빠르게 정착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지속 추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전자가 전장 시장에서 통할 만한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데 걸릴 시간을 인수합병이 단번에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자동차업계에 빠르고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인수합병보다 좋은 전략은 없다"며 "전장부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건 당연할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인수 추진 보도와 관련해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에도 해외 지분투자나 M&A를 부인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인한 사례가 적지 않았던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협상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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