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버럭 응원'에 골골…"금메달!" 외치다 내 몸에 금 간다

입력 2016-08-05 11:19  

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올림픽 증후군' 주의보

12시간 시차 괴로운 '올빼미족'
무더위에 흥분하면 심혈관에 부담
늦은 밤 운동한 것처럼 피로 쌓여

경기에 빠져 눈도 빠질라
불 끄고 TV보면 안구건조증 일으켜
화면에서 2m 이상 떨어져 시청해야

무너진 생체리듬 되찾으려면 카페인 들어간 커피 대신 물 섭취
하루 30분 걷고 낮잠으로 수면 보충



[ 이지현 기자 ] 올림픽 시즌이다. 31회째를 맞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대한민국은 23개 종목, 200여명의 선수단을 파견해 4회 연속 종합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올림픽을 기다리는 국민의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려 올림픽 개최지와 한국 간 시차가 12시간이나 된다. 대부분의 경기가 한국시간으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열려 올림픽 경기를 챙겨 보다가는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심뇌혈관 질환자 등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올림픽 경기를 보다가 흥분하면 혈관에 문제가 생겨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4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 증후군’을 막기 위한 건강습관을 알아봤다.


◆건강한 수면습관 지켜야

밤늦은 시간 TV 앞을 지키는 올빼미족 생활을 하다 보면 수면이 부족해지기 쉽다. 늦게까지 경기를 시청하더라도 수면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카페인이 든 음식, 커피, 콜라, 홍차 등은 피해야 한다. 잠자리에 들기 1~2시간 전에는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 응원을 하면 정신적, 심리적으로 흥분하게 되는데 밤늦게 운동하는 것과 같다. 이는 수면에 방해가 된다. 가급적 흥분하지 말고 편안하게 TV를 시청해야 한다.

더위 때문에 TV를 보며 음료수를 많이 마시면 소변이 마려워 잠을 자다 자주 깰 수 있다. 선풍기나 에어컨을 밤새 켜놓으면 호흡기가 건조해져 질환이 생길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경기를 시청하다 잠이 오면 바로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잠자리에서 TV를 보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상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언제 잠든지와는 상관없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게 좋다”며 “수면 부족은 판단력을 흐리게 하기 때문에 잠을 설친 다음날 아침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를 본 다음날 많이 피곤하고 업무 효율이 떨어지면 잠깐 낮잠을 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올바른 자세, 눈 건강도 신경 써야

일과를 끝내고 늦은 밤 집에서 TV로 올림픽 경기를 볼 때 편안한 자세를 취하기 마련이다. 척추나 목뼈 등에 무리를 주지 않으려면 옆으로 누워서 팔로 머리를 괴는 자세, 높은 베개를 베는 자세, 허리를 등받이에 끝까지 받치지 않고 반쯤 누워있는 자세 등은 피해야 한다.

오랜 시간 스마트폰 화면을 같은 자세로 쳐다보는 것은 목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장챨?고개를 아래로 숙인 자세를 유지하면 거북목증후군이 생길 수도 있다. 심하면 목디스크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경기를 볼 땐 등받이에 엉덩이를 최대한 넣고 턱을 살짝 당겨 화면 보는 시선을 아래로 15도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 스트레칭도 척추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긴박한 경기가 펼쳐지면 눈을 떼지 못하고 집중하는데 이는 눈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이다. 한 곳을 오랫동안 집중해서 보면 눈을 많이 깜빡이지 않아 건조해지기 쉽다. 건조해진 눈을 방치하면 안구건조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눈을 자주 깜빡이고 인공눈물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눈과 TV 간 거리는 2m 이상이 되도록 해 피로를 줄여야 한다. 스마트폰은 30㎝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잠들기 전 불을 끈 상태로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시청하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밝은 상태에서 화면 밝기를 조절해 경기를 봐야 한다.

TV 시청 도중에 먹는 ‘치맥(치킨과 맥주)’도 건강에 좋지 않다. 맥주를 마시면 갈증이 더해지는데 이를 해결하려고 맥주를 더 마시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과음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전해질 불균형으로 근육 경련, 두통,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갈증이 심하면 맥주 대신 생수를 마셔야 한다. 치킨은 나트륨이 많은 데다 칼로리가 높아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는 좋지 않은 안주다. 맥주를 마시고 싶다면 마실 양을 한 캔 정도로 미리 정하고 과일을 함께 먹는 것이 좋다. 과음이나 과식을 했다면 다음날 물을 많이 마셔 체내 독소와 염분을 빼내야 한다.

◆지나친 흥분은 금물

만성 질환자는 새벽 시간 경기를 보다 흥분하면 건강을 해치기 쉽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더워서 가만히 있어도 어지러울 만큼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에 흥분하면 혈관질환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유럽심장저널에 따르면 월드컵 축구 기간 급사자가 1.5배 늘고 혈당수치도 상승했다. 고혈압 협심증 당뇨병 부정맥 치료 약물이나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 평소 먹는 약은 빼먹지 말아야 한다.

협심증, 중증 고혈압, 당뇨를 앓고 있거나 과거 뇌졸중 경험이 있다면 흡연, 음주 등을 하면서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경기를 혼자 보는 것보다는 친구, 가족과 함께 보는 게 좋다.

올림픽 때문에 좋은 생활 습관이 흐트러질 수도 있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거나 굳은 결심으로 멀리해온 술을 마셔 조금씩 줄던 체중이 원상 복구될 수도 있다. 스스로 의지를 다질 필요가 있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해 퇴근 후 술자리를 줄이거나 모임 장소를 금연 공간 안으로 하는 것이 좋다”며 “술을 마셔야 한다면 독주보다는 순한 주류로, 안주도 저칼로리로 주문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TV를 보며 소리를 지르면 성대 결절이 생길 수 있다”며 “쉰 목소리가 며칠 동안 계속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발표나 면접 등을 앞두고 있으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너진 신체 리듬을 회복하는 데 좋은 것은 운동이다. 운동하면 β엔도르핀(베타 엔도르핀) 분비가 촉진돼 혈액 순환이 개선되고 피로감도 극복할 수 있다. 운동을 시작할 땐 가벼운 스트레칭, 산책, 걷기, 조깅 등을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 하는 것이 좋다. 운동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려우면 계단 오르기 등으로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김원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운동할 때 무리하거나 너무 많은 땀을 흘려서는 안 된다”며 “실외에서는 해 질 무렵 선선한 시간에 운동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운동 전후 적절한 수분을 보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강도 높은 운동을 했다면 2일 정도 휴식을 취하는 게 효과적이다.

도움말=이상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원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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