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기료 포퓰리즘이 판치는 나라에서의 누진제 소동

입력 2016-08-05 18:32  

이번에는 전기료 누진제가 논란이다. 누진제 때문에 냉방 전기료 폭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소리들이다. 6개 구간의 누진 체계에 따라 하루 3시간 이상 에어컨을 켜면 전기요금이 많게는 5배 이상 나온다는 것은 사실이다. 사용자들은 지난해 한시적으로 시행한 누진제 완화를 올해도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야당도 누진제 재검토에 동조한다. 하지만 누진제는 처음부터 에너지 절약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누진제가 폐지되면 전기소비가 급증하고 다시 블랙아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

누진제가 전기 요금의 핵심 쟁점도 아니다. 지금의 전기 요금은 정상적인 요금 체계에서 책정된 것이 아니다. 공급자인 한전도 정부도 함부로 요금을 책정하지 못한다. 오히려 국회가 제멋대로 법률을 고쳐가면서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식이다. 전기료를 서민생활 지원 같은 복지제도로 생각하는 풍조도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국가유공자, 세 자녀 이상 가구 등 온갖 계층에 최대 30%까지 다양한 할인 혜택이 있다. 전기요금에 복지할인제를 적용하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할인 대상자만 무려 236만가구다. 더구나 농민은 농민대로 일반 전기료의 절반인 농사용 전기료가 따로 있다. 학교는 전기요금을 더 할인해달라고 아우성이다.

지금 유가가 떨어져 한전이 그나마 적잖은 이익을 내고 있어 다행이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한전의 적자가 쌓이고 에너지 수급구조가 무너지는 상황을 경험했던 게 얼마 전이다. 20대 국회 들어 전기요금 관련 법안 발의가 10건이 넘는다. 교육용 전기요금을 산업용보다 싸게 해달라거나 전력판매 반대 등 포퓰리즘 법안들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냉방기 가동이 늘어나자 또 전기료 인하요구가 급증하고 있다. 누진제를 없애고 단순 요율로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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