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08일(06:3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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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는 나쁘다는 선입견과 투자자는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은 이제 버릴 때가 됐습니다.”
최근 증권가에서 일고 있는 현대상선 공매도 논란에 대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의 촌평이다. 두 달 전 1만8450원에 거래되던 현대상선 주가가 지난 5일 7380원으로 60% 급락하면서 배후에 공매도를 활용한 투기 세력이 있다는 게 논란의 요지다. 현대상선이 2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 계획을 공시한 지난 2일 공매도가 평소 대비 5배(15만5655주) 규모로 급증한 것에 대해서는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이런 의혹들은 따져보면 ‘잘못된 사실관계에 근거한 루머’ 수준의 이야기다. 해운업 구조조정이라는 큰 그림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현대상선 주가가 급락한 가장 큰 원인은 장기 해운업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재무구조 개선안으로 대규모 출자전환을 결정했기때문이다. 해외 선주, 회사채 투자자, 시중 은행들에게 진 빚을 현대상선 주식으로 바꾸는 구조조정 방안이다. 발행된 신주가 총 1억5129만2727주로 기존 주식의 5배가 넘는다. 주관사를 맡은 미래에셋대우의 한 관계자는 “주가 하락의 근본 원인은 대규모 신주 발행에 따른 주주 가치 희석”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출자전환(유상증자) 방안이 발표될 때 곧바로 주가가 곧바로 급락하지 않았던 것은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에 가입하는 등 긍정적인 뉴스들도 쏟아졌다.
지난 2일 현대상선 공매도가 급증한 배후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세력이 있다는 주장도 근거가 희박하다. 채권단은 대규모 CB 발행은 오히려 주가가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변수라고 반박했다.
채권단은 전체 대출금의 60%(6840억원)를 출자전환한 후 남은 대출금 중 2000억원을 CB로 전환했다. 현대상선의 빚 부담을 추가로 줄여준 것이다. CB는 1년 후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지만 5년간 매각이 금지돼 있다. 5년간 표면 금리는 제로다. 채권단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 아닐 뿐 아니라 향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런 주요 내용들은 증자를 위한 증권신고서에 이미 게재돼 있어 미공개 정보로 볼 수도 없다.
업계에서는 지난 2일 현대상선 공매도 물량이 일시적으로 급증한 이유가 크게 두가지때문이라고 추정한다. 첫째는 주가 하락을 헷지하기 목적이다. 유상증자로 받은 신주는 지난 3일부터 거래할 수 있었다. 현대상선 신주를 갖게 될 주주 입장에서는 신주 상장에 따른 주가 하락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공매도를 선택할 유인이 컸다는 이야기다. 두번째 이유는 신주에 대한 보호 예수 조항이 없었는 점이다. 대규모 주식 매각 물량이 대기(오버행 이슈)하고 있어 주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자 공매도도 따라 늘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현대상선이 보호 예수 조항을 없앨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구조조정 방안을 짜는 과정에서 해외 선주들이 출자전환 주식을 즉시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대상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활발히 거래된 공매도는 시장에서 선기능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근거 없는 의혹들 때문에 공매도 제도를 손질하는 우를 범해서 안되는 이유다.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논란이 최근 주가 하락에 불만을 가진 일부 투자자들이 제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이 실패했다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행으로 인해 주식 가치가 휴지조각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런 주장을 여과없이 보도한 언론들도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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