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원 무너진 원·달러 환율] 시장 뒤통수 친 환율…기업들 달러 손절매에 지지선 무너져

입력 2016-08-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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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 급락하는 환율 왜?

(1) 브렉시트 충격 미미…글로벌 투자심리 회복
(2) 원화 약세 베팅했던 기업들 달러 매물 쏟아내
(3) 국가신용 상향…'바이코리아' 행진 이어져



[ 김유미/심성미 기자 ]
예상치 못한 원화 강세 기조에 시장은 당황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직후 나타난 강(强)달러 현상을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이상으로 오를 것(원화 약세)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도 원화 약세를 뒷받침하는 논리였다. 이를 믿은 수출 기업들은 그동안 번 달러를 더 비싸게 팔 기회를 기다렸다. 기대와 달리 원·달러 환율은 꾸준히 내리더니 10일 달러당 1100원 선이 깨졌다. 수출전선에 또 하나의 대형 악재가 더해진 것이다.


◆브렉시트가 ‘원고(高) 역풍’으로

외환시장을 모니터링해온 한 당국자는 “환율 하락을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며 “시장이 브렉시트 충격을 이렇게 빨리 극복할지도, 미 금리 인상 이슈가 이렇게 무시될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10일 원·달러 환율(1095원40전)은 브렉시트 결정 직후인 6월27일(1182원30전) 이후 86원90전 하락했다. 한 달여 만에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7.9% 오른 셈이다.

글로벌 투자심리 회복세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김정호 K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브렉시트 충격이 빠르게 잦아들자 위험자산인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됐다”며 “올 들어 선진국 주식시장이 1.5% 수익률을 낸 반면 신흥시장은 8%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의 통화 완화정책으로 풀린 돈이 브렉시트 영향을 직접 받는 유럽 대신 아시아 신흥국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는 지난달 4조79억원으로 월별 기준으로 작년 4월 이후 최대였다.

◆수출기업 손절매 물량도 부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이달 8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상향 조정한 것도 영향을 줬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국인 주식 매수가 주춤해지는 시점에 마침 호재가 나와 매수세가 연장됐다”고 설명했다. 낮은 국가부채비율 등 한국 경제의 양호한 기초체력이 환율 하락에 힘을 보탰다는 설명이다. 올해 6월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가치 상승률은 4.13%로 인도(0.95%) 싱가포르(0.22%) 인도네시아(0.15%) 등 주요 신흥국을 뛰어넘었다.

외환당국의 ‘환율 방어선’으로 여겨지던 1100원 선이 깨지자 시장은 긴장했다. 이날 환율은 장중 한때 1091원80전까지 단숨에 하락하기도 했다. 일부 수출 기업이 달러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이를 손절매하면서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환율이 더 하락하면 기업들이 ‘롱포지션(달러 매수)’ 정리에 나서면서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율의 방향을 좌우했던 미 금리 인상 변수는 뒤로 물러났다. 미국 지표가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데다 대통령 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금리 인상 기대감은 올초보다 낮아졌다.

◆고심하는 외환당국

원화 강세는 수출에 부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국내 수출이 뒷걸음질치면서 2분기 성장률은 3분기째 0%대에 그쳤다.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면 올해 정부가 예상한 성장률 2.7%도 힘겨워질 수 있다. 환율 상승에 베팅한 국내 수입 업체 등에선 ‘역(逆)키코’ 사태 우려도 높아졌다.

외환당국이 환율 하락을 직접 방어하기도 쉽지 않다. 미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환율 조작국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외환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수는 브렉시트와 글로벌 저금리를 배경으로 한 ‘수익률 사냥’ 때문”이라며 “단기간 신흥시장 자금 유입이 많아 한쪽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유미/심성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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