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D TV를 아시나요?

입력 2016-08-11 16:49  



(노경목 산업부 기자) 2006년 CES(소비자가전박람회)에는 흥미로운 ‘물건’이 하나 전시됐습니다. 캐논과 도시바가 공동으로 내놓은 제품은 ‘SED(표면전도형전자방출디스플레이) TV’. 1987년에 개발된 처음 개발된 독특한 원리가 실제로 적용된 TV가 세상에 나온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이듬해 하반기 양산될 거라는 소문이 나면서 당시 세계 TV시장에서 세력을 확대하던 한국 LCD(액정표시장치) TV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거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SED TV의 근본 원리는 과거 수십년간 지구를 지배했던 브라운관 TV와 같습니다. 전자총이 화면을 쏘는 방식입니다. 다만 브라운관 TV에 전자총이 하나 밖에 없다면 SED TV는 수천, 혹은 수만개의 픽셀 각각에 전자총이 전자를 방출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화면이 커질수록 전자총과 화면의 거리가 멀어져 TV의 부피도 커지는 브라운관 TV의 단점을 보완해 얇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SED TV는 화질 면에서도 세상에 나온지 얼마 안된 LCD TV를 압도했습니다. LCD TV는 패널 뒤에 발광채가 있어서 빛이 패널을 통과해 나오며 화면을 구현합니다. 일종의 커튼을 통과해 나오는 원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반면 전자총은 바로 화면에 그림을 쏘아주는 방식인만큼 화질과 명암대비도, 화면 반응속도 등에서 LCD TV를 압도했습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CD TV의 기술도 많이 발전해 다른 부문은 따라잡았지만 화질은 여전히 전자총에 기반을 둔 SED TV가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당시에는 SED TV가 수세에 몰려있던 일본 TV산업을 일으켜세울 회심의 카드로 여겨졌습니다. 삼성전자가 2009년 ‘자랑스런 삼성인상’의 수상자로 SED TV 개발자들을 선정하는 등 한국 기업들도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SED TV라는 이름은 소비자들은 물론 업계 관계자들의 기억 속에서도 멀어졌습니다. 문제는 양산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형화하는 LCD TV에 따라가려면 SED TV도 화면 크기를 키워야 했는데 그만큼 필요한 전자총의 수도 팽창했습니다. 수만개의 전자총을 균일하게 화면 뒤에 박아야 했는데 대량 생산을 적용하기가 어려웠던 것이죠. 아울러 전자총의 숫자가 늘어나는만큼 SED TV의 가격도 뛰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패널 대형화가 이뤄지며 가격이 급락한 LCD TV와 정반대의 길을 걸어야 했던 것이죠.

결국 캐논과 도시바도 이제는 TV를 생산하지 않습니다.

OLED, QLED, 마이크로LED..

모두 근본적으로는 TV의 화면구현 원리에 따른 차이입니다. 생소해 보이는 이름이지만 해당 원리의 승패는 고스란히 해당 전자회사 TV사업의 승패로 이어집니다. 이름이 어렵고 작동원리도 간단치 않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산업의 미래를 예측하고 투자에 나서는데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끝)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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