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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 맬서스의 오류를 좇는 학자들은 계속 늘어났다. ‘인구 폭탄’이라는 용어를 쓴 폴 얼릭도 그랬고 산아제한을 주장했던 마거릿 생거도 그런 부류였다. 물론 마르크스도 맬서스의 인구론을 인용했다. 최근 들어선 베이비붐 세대가 줄어들면서 소비가 줄어든다는 ‘인구절벽론’까지 나왔다. 유럽 각국들도 맬서스 이후 인구 정책에 폭발적 관심을 기울였다. 연령 성별 결혼여부 소득 직업 교육 종교 등에 근거한 인구통계학적 세분화 작업을 해왔다. 미래 인구도 추계했다. 인구학은 국가 정책에 없어서는 안 될 필요학문으로 수용됐다. 복지국가에선 더욱 그랬다. 미래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데 기초가 되는 정보가 인구학이었다.
칼 포퍼는 사회과학적 예측을 설득력 있게 비판한 학자였다. 그는 사회과학은 철저하게 객관적이고 경험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변덕스러운 인간이 변덕스러운 세상을 예측하는 게 큰 오류라는 것이 그의 비판의 골자였다. 최근 들어 마케팅 분야에서 인구통계학적 믿음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 통계만으로는 특정 지역, 특정 세대의 취향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비디오 게임에 열광하는 것은 대부분 남성이라고 하지만 영국에선 여성들이 많다. 10대보다 40대 게이머도 만만찮다.
고령인구의 추계를 놓고 통계청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모양이다. KDI가 통계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추계가 크게 과소추계됐다며 포문을 열었다. 물론 통계청은 즉각 반발하는 등 논란은 간단치 않게 전개될 조짐이다. 고령인구 추계는 사회복지를 포함한 국가재정지출을 정하는 데 결정적인 변수다. 통계청과 KDI의 차이는 고령화 진행 속도다. 85세를 정점으로 고령화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것이 통계청의 반박이다. 30년, 50년 후의 미래를 예상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국가들은 잘 맞지도 않는 인구추계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에 따라 나라살림이 휘청거릴 테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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