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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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샌델이 2012년부터 하버드대에서 ‘시장과 도덕’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한 내용을 묶었다. 강의 첫날, 수강 신청을 하지 못한 학생들도 몰려드는 바람에 더 넒은 강의실로 장소를 옮기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모든 것이 거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거의 무엇이든 사고팔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 30여년을 거치면서 시장 및 시장가치가 유례없이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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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돈으로 살 수 없는 도덕적·시민적 재화는 존재하는가? 감히 자답해본다면 ‘인간의 존엄과 생명’이 최우선 가치가 돼야 하고 이런 부분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을 감수한 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는 해제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 깊이 드리워진 그림자는 경제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정치의 참 의미를 망각한 채, 국가의 부를 좀 더 늘리면 시민들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됐다. 더 나아가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조차 돌아보지도 못한 채 좀 더 부자로 살아보려는 그릇된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했던 우리 자신의 탓도 크다. ” 이 책이 우리 사회에서 인간성의 가치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와이즈베리, 336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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