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사면 14명 그쳐…13명이 중기인
정치인·공직자·강력범죄자 한 명도 없어
[ 박한신/장창민 기자 ]
현 정부 들어 세 번째인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인·기업인 최소화’ 원칙은 이어졌다. 정치인은 한 명도 없었고, 기업인 사면도 14명에 그쳤다. 이 중 대기업 총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유일하다. 나머지 13명은 중소기업인이다.
경제활성화 등의 이유로 다수의 기업인 사면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박 대통령은 원칙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정부 “절제된 사면”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12일 이번 사면에 대해 “서민·생계형 사범 위주의 민생 사면이라는 점, 정치인·공직자 등을 철저히 배제했다는 점에서 지난 두 차례 사면과 기조가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사면은 불우 수형자 특별사면·감형 73명, 題紈?middot;서민 생계형 수형자 가석방 730명, 서민 생계형 보호관찰대상자 임시해제 925명, 생계형 유상운송자·생계형 어업인 행정제재 특별감면 2444명 등 생계형 사면이 주를 이뤘다.
이 회장이 대기업 총수로는 유일하게 사면·복권된 것은 건강 악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 회장은 전신의 근육이 사라지는 희귀병인 샤르코마리투스(CMT)를 앓고 있다. 사면과 함께 복권까지 이뤄진 것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고용창출 등 사회와 경제에 대한 기여 가능성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사면만 이뤄지고 복권되지 않으면 등기이사 등 회사의 공식 직책을 맡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은 제외됐다. 안 국장은 “경제인 사면은 국민의 법 감정과 죄질, 태도, 이전 사면 전력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1995년과 2008년 두 차례 이미 사면 혜택을 받았다.
정부 관계자는 “사면 대상 경제인은 지난해 광복절 사면과 이번 사면을 합쳐 28명인데, 역대 정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숫자를 크게 줄인 ‘절제된 사면’”이라고 자평했다.
◆재계, 속으론 ‘찔끔 특사 아쉬워’
재계는 이번 특별사면에 대해 “환영한다”는 공식 반응을 내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는 논평에서 “특별사면과 복권으로 경제인들에게 경영 현장에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을 환영한다”며 “경제계는 국가경제 발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인이 사면에 포함된 것을 계기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 역량을 결집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말도 보탰다.
이 같은 공식 논평과 달리 재계의 속내는 아쉬움으로 가득 찬 분위기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다 제외된 한화, SK, LIG 등 기업 관계자들은 “아쉽다”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대기업 임원은 “박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주요 기업인 특별사면 폭을 최소화한 것 같다”며 “사면이 이뤄지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많은 일을 하려고 했는데 아쉽게 됐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불만도 터져나왔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 주요 기업인을 달랑 한 명 풀어주는 ‘찔끔 특사’를 한 의도를 모르겠다”며 “최고경영자(CEO)가 등기이사도 달지 못한 채 발이 묶여 있는데 책임경영과 통 큰 투자가 가능하겠느냐”고 토로했다.
■ 특별사면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형이 확정된 특정 범죄인에 대해 남은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유죄선고의 효력을 없애는 조치. 죄의 종류를 정해 해당자를 모두 사면하는 일반사면과 구분된다. 법무부 장관이 상신하고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행한다.
■ 특별복권
형의 선고로 정지 또는 상실된 자격, 즉 선거권·피선거권·공무담임권 등을 회복시켜주는 조치. 기업인은 복권되지 않으면 업종과 회사정관 등에 따라 등기이사 등 공식 직책을 맡기 어렵다. 정치인은 복권되면 국회의원 등 공직 출마 자격이 생긴다.
박한신/장창민 기자 hanshi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