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8400만원 생산직 파업에 3~4차 협력사 직원들은 피 말라
노조 찾아가도 만나주지 않아
[ 강현우 기자 ] “연봉 8400만원인 갑을오토텍 노동조합의 파업에 3000만원 받는 협력사 직원들은 그 일자리마저 날아가게 생겼습니다.”
갑을오토텍 협력사 애드테크의 박기용 대표(사진)는 14일 “갑을오토텍 노조가 스스로를 기업에 탄압받는 약자라고 하지만 진짜 약자는 목소리도 제대로 못 내는 3~4차 협력사들”이라며 이렇게 호소했다.
갑을오토텍 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산하)는 지난달 5일 전면 파업에 들어갔고 8일부터는 공장(충남 아산)까지 점거하고 있다. 회사 측은 관리직 직원을 투입해 라인을 가동하려 하고 있지만 노조에 막혀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생산직으로 구성된 이 회사 노조원의 평균 연봉은 8400만원에 달한다.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지난해 기본급 인상 요구안(15만9900원)과 올해 요구안(15만2050원)을 한꺼번에 수용할 것을 회사 측에 압박하면서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이 장기화하자 회사가 지난 12일 안전을 위해 배치한 경비용역을 철수시키고 대화를 재개하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가 먼저 노조 탄압을 멈춰야 한다”며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갑을오토텍 협력사 180여개가 도산 위험을 호소하는 데 대해서도 “책임은 갑을오토텍 경영진에 있다”며 외면하고 있다. 박 대표는 “협력사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 노조를 찾아갔지만 만나주지도 않는다”며 “갑을오토텍 노조가 스스로 약자라고 주장하려면 당장 일감이 끊긴 협력사 임직원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 대표는 “주요 납품처인 갑을오토텍 파업이 길어지면서 채권 은행에서 대출 금리를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일감이 줄어드는 수준이면 몇 달은 버틸 수 있지만 금융권에서 대출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수십 개 협력사가 한꺼번에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갑을오토텍이 정상화된다 해도 협력사들이 이미 다 도산해버린 상태라면 정상화도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완성차업체나 1·2차 협력사의 노사관계가 악화돼 3·4차 협력업체들이 죽어나가면 한국 자동차산업 뿌리가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갑을오토텍 경영진이 제2노조 설립에 개입하는 등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불법 직장 점거 파업이 합법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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