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아닌 필수 - TV는 안방과 거실에, 청소기는 유·무선 하나씩
작을수록 잘 팔려 - 아기빨래·속옷전용 세탁기처럼 소형이 대세
포화된 가전의 새시장 - 냉장고 보조한 김치냉장고처럼 기능 특화
[ 노경목 기자 ] 삼성전자가 올초 내놓은 ‘셰리프 TV’의 가장 큰 모델은 40인치로 요즘 거실에 들어가는 TV로는 작은 편이다. 하지만 가격은 일반 TV의 두세 배 정도 비싸다. 그래도 수요는 적지 않다. 비결은 메인 제품은 따로 두고 두 번째 제품을 사는 ‘세컨드 가전’ 시장에 있다. 서울 논현동의 삼성디지털플라자 강남본점 관계자는 “거실에 있는 TV와 별도로 안방에도 TV를 두는 소비자가 많은데 안방 가구와 잘 어울리는 프리미엄 디자인의 셰리프 TV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출시 1년 만에 초단초점 프로젝터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선 LG전자의 ‘미니빔 TV’도 비슷하다. 구매자들은 구매 후기에서 제품 용도를 ‘잠자기 전에 누워서 TV 보기’로 적고 있다. 거실에 있는 TV와 별도로 미니빔 TV의 빔 프로젝터 영상을 천장에 비춰 침대에 누워서도 TV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세컨드 가전’ 시장이 가전업계에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TV부터 청소기, 세탁기까지 똑같은 용도의 가전제품을 성능에 따라 두세 개씩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규모 커지는 세컨드 가전 시장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세컨드 가전은 1인 가구가 주로 사용하는 제품을 의미했다. 크기가 작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기존 가전의 핵심적인 기능을 갖춰 독신자 등이 구입해 쓰기에 무리 없는 가전제품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의는 2~3년 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가전업체들이 기존 제품이 있는 가운데 이를 보조하는 기능을 가진 제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2014년 9월 ‘코드제로 핸디스틱’을 시작으로 ‘코드제로 핸디스틱 터보’, ‘코드제로 핸디스틱 터보 물걸레’ 등 각종 제품을 출시하며 무선청소기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올해 3월 ‘파워스틱 청소기’를 내놓은 삼성전자도 최근 흡입력을 강화한 신제품을 새로 내놓는 등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정기적인 청소는 유선청소기로 하고 갑자기 더러워진 곳을 청소하기 위한 보조 기능으로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전했다.
세탁기도 세컨드 가전이 자리 잡고 있는 시장이다. 땀에 젖은 속옷 등 양이 적거나 아기 빨래와 같이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세탁물을 따로 처리하기 위해 크기가 작은 세탁기를 장만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 삼성전자의 ‘아기사랑 세탁기’는 한 해 6만대가량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LG전자의 히트 세탁기 ‘트윈워시’에서 세탁기 하단부의 통돌이 세탁기인 ‘미니워시’만 따로 구입하는 소비자도 전체 미니워시 구입자의 30%가 넘는다.
◆소비 형태 변화가 원인
세컨드 가전 시장 확대는 소비자들의 구매 양태가 변화한 데 따른 결과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이사 횟수가 줄어들면서 덩치가 큰 메인 가전을 교체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서울 도곡동의 한 인테리어업체 관계자는 “보통 이사하면서 가전제품을 바꾸는데 이사 빈도가 줄어들면서 타워팰리스 같은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서도 비슷한 가전제품을 한두 개 더 구입해 오래된 가전제품의 성능을 보완한다”고 말했다.
특정 기능에 특화된 가전을 내놓는 가전업체들의 움직임도 이유다. 세컨드 가전의 원조인 김치냉장고가 단적인 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김치냉장고 시장이 커지면서 가전업체는 새로운 가전 시장이 생긴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며 “메인 가전 시장이 포화해 성장률이 정체된 가운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의미에서 세컨드 가전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