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이런 통계 숫자만 보고 미국이 전통적인 대가족제도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고 단정하면 곤란하다. 이 통계를 발표한 미국의 퓨리서치가 말하는 대가족은 ‘확대 가족(generation household)’으로, 2대나 3대 이상 세대가 같은 집에 모여 사는 것을 가리킨다.
6060만명 가운데 우리가 보통 얘기하는 대가족은 절반이 안 된다. ‘3대 가족’ 구성원이 2690만명이고 ‘3대 이상 가족’은 60만명이다. 그 나머지는 2대가 한집에 사는 경우인데 ‘부모와 성년 자녀가 함께 사는 2대 가족’이 2970만명이나 된다. 여기다 ‘조부 조모와 손자 손녀가 같이 사는’ 가족이 320만명이다.
이 ‘확대 가족’이 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아시아와 히스패닉 출신 이민자들이 증가한 결과라고 한다. 백인의 15%가 대가족으로 살고 있는 반면 아시아인은 28%, 히스패닉은 25%나 된다. 이들은 원래 대가족제도를 선호해 모국에서 대가족 전체 ?같이 이민 와 한집에 살기도 하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가까이 모여 살며 서로 돕는 경향이 있다.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이 ‘부모와 성년 자녀가 함께 사는 2대 가족’이다. 퓨리서치는 25세 이상 자녀를 성년 자녀로 보고 있다. 이 인구가 2970만명이나 되는 것이 미국에서 대가족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결정적 이유인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직장을 잃고, 집세를 내지 못해 가족 품으로 돌아온 성년 자녀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경기 침체 시기에 가장 확실한 ‘사회안전망’ 역할을 가족제도가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 자란 자녀가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 의존하는 ‘캥거루족’ 또는 홀로서기에 실패해 부모에게 다시 돌아오는 ‘연어족’이 늘고 있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한국도 부모가 25세 이상 성년 자녀와 함께 사는 2대 가구를 제대로 조사한 통계가 없어서 비교할 수 없을 뿐이다.
전통적인 대가족제와 효문화를 강조해온 우리의 실정은 어떤가. 3대가 같이 사는 대가족 비중은 1980년 9.5%였다가 계속 추락해 2010년 3.8%에 불과하다. 대신 1인 가구 수는 2015년 511만가구로 전체 가구의 27.2%나 된다. 한국의 대가족제도는 이미 사라진 추억이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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