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설팅업체 캡제미니에서 발간하는 ‘세계 부자 보고서’는 해외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부자 관련 분석 보고서다. 주요 외국계 컨설팅업체나 금융회사들은 거액 자산가의 기준을 유동화가 가능한 금융자산 규모 100만달러(약 11억1300만원)로 잡고 있다. 초거액 자산가 기준은 3000만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
캡제미니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백만장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처음으로 북미 지역을 넘어섰다. 지난 한 해 동안 증가한 자산가의 60%가량을 일본과 중국이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한국 자산 시장은 큰 존재감이 없다. 중국 일본과 비교했을 때 격차도 크다. 미국 일본 중국 독일은 세계 10억원 이상 금융 자산가 인구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개인 자산 시장을 이끌 주요 국가로도 중국 미국 인도가 꼽히고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서도 2011년부터 매년 한국 부자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를 한국 부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부자는 약 21만명이다.
최근 소형 빌딩과 강남 재건축 단지의 가격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한국 부자들의 부동산 보유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일반 가구의 부동산 자산(거주 주택 포함) 비중인 68%보다 낮은 51% 수준이다. 금융자산 비중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43%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부동산 비중이 커지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 부자들과 일반 가구의 부동산 보유 비중에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총자산 100억원 이상 부자는 증여나 상속이 자산 형성의 주요 수단이었다. 하지만 총자산 100억원 미만 부자는 사업 성공이 자산 형성의 주요 수단이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자수성가형 부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직접 금융상품 투자를 통해 부를 축적했다는 부자는 많지 않다. 자산 축적 방법으로 금융투자 비중이 낮다는 사실은 소비자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금융회사 종사자로서 한계와 발전 가능성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와 금융회사의 경쟁력 강화 노력에 소비자의 자산을 불리겠다는 자산관리 전문가들의 의지가 더해지면 한국 부자들의 지형도가 새롭게 바뀌지 않을까.
김현식 < 국민은행 골드앤와이즈 강남스타PB센터 P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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