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지역 가격추이 살피고 입주 물량 쏟아질 때
몇천만원이라도 싸게 살 수 있는 집 공략을
[ 문혜정 기자 ]
“지금은 부동산에 투자하기 늦었습니다. 가격이 너무 올랐어요. 오히려 팔아야 할 시기죠.”
임성환 알리안츠생명 WM(자산관리)센터장(45·사진)은 인터뷰 내내 이 얘기를 서너 차례 반복했다. 집을 팔까 말까 고민 중인 다주택자라면 일부를 매각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반 서민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나 양천구 목동에 진입하기도 이젠 쉽지 않은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임 센터장은 국내 부동산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비관론자는 아니다. 저렴하게 사서 비쌀 때 팔아야 한다는 재테크의 기초적인 관점에서 볼 때 매입 시점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임 센터장은 “누구나 관심이 가는 지역과 잘 아는 지역에서 꾸준히 부동산을 둘러보고 공부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알리안츠생명의 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부동산 투자 및 세금 관련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 센터장은 최근 얼굴이 새까맣게 탔다. 폭염이 이어지는 날씨 嗤?1주일에 1~2회 이상 직접 부동산 물건을 보러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재건축 가능성이 높은 부산 광안리 주변을 다녀왔다.
그는 1998년 삼성그룹 공채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2002년 삼성생명 FP(재무설계)센터에서 고객 자산관리를 시작했다. 이후 14년간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세무학 석사학위를 따고 부동산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부동산투자분석사(CCIM)와 부동산자산관리사(CPM) 자격도 획득했다. 미국 감정평가사(MAI) 과정도 수료했다. 국내에선 투자자산운용사, 증권투자상담사, 금융자산관리사 등 10여개의 전문 자격증을 갖고 있다.
그는 자산가들이 부동산경기 침체기이던 2012~2013년 대거 부동산에 투자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임 센터장은 “2010년 2월 7억5000만원에 팔린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전용 35㎡형이 2012~2013년 5억3000만원까지 떨어졌는데 지금 시세가 8억5000만~9억원까지 올랐다”며 “재건축한 뒤 전용 60㎡짜리 새 아파트를 추가분담금 없이 받으면 5억3000만원에 새 아파트를 산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은 개포동의 전용 84㎡짜리 아파트 일반분양가격이 14억원 안팎으로 대출금과 이자, 기회비용 등을 생각하면 몇 년 뒤 16억~17억원까지 올라야 수지가 맞는 상황”이라며 “현재 가격대에선 매수하는 것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임 센터장은 “재건축 투자는 조합원 물건과 일반분양은 가격이 비슷하더라도 조합원 물건이 좋다”고 말했다. 대부분 조합원분은 로열층에 있고 향이 좋아 재건축 뒤 가격상승폭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임 센터장은 부동산 투자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세금’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몇 년간 자산가들이 사전 증여에 큰 관심을 두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임 센터장은 “아파트보다는 공시가격이 실거래가격보다 낮은 건물이나 토지를 증여하기 좋은 시기”라며 “건물도 지분으로 나눠 자식들에게 미리 증여하고 본인 재산은 10억~15억원 안팎으로 맞춰 남겨놓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배우자 상속 공제액과 자녀일괄공제액 등으로 10억원까지는 상속세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리 지분으로 나눠 증여해 놓으면 앞으로 시세 상승분도 그대로 누릴 수 있지만 부모가 계속 재산을 쥐고 있다가 사망하면 상속세 폭탄을 맞게 된다”고 강조했다. 다주택자가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뒤 임대소득을 얻는 경우에도 부부 공동명의가 좋다. 연 소득 2000만원까지 소득세가 면제되는데 부부 각자 2000만원씩 총 4000만원의 소득에 대해 비과세되기 때문이다. 이 혜택은 2018년 말까지 연장됐다.
임 센터장은 부동산 투자는 학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을 매매해 보지 않은 사람은 10억원짜리 집이 5억원으로 떨어져도 집을 안 살 가능성이 크다”며 “부동산은 맛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주택자가 전세난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집을 사는 것”이라며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2018년 이후 지금보다 몇천만원이라도 싸게 살 수 있는 집을 공략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글/사진=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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