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선교장·논산 명재고택
도심과 떨어져 마음을 비운다
보은 법주사·가평 백련사
[ 김명상 기자 ]
시인 묵객의 풍류를 만나다
전통 한옥에서 하룻밤 머물며 조용한 시간을 갖고 짙은 녹음에 눈을 쉬게 하자.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고택은 힐링을 위한 좋은 선택지 중 하나다.
드라마 ‘궁’, ‘황진이’ 등의 촬영지로도 등장한 강원 강릉의 선교장(knsgj.net)은 조선시대 상류층의 가옥을 대표하는 곳이다. 총 103칸으로 이뤄진 선교장은 세종대왕의 형 효령대군의 11대손인 가선대부 이내번이 지었다. 족제비 떼를 쫓다가 우연히 발견한 명당자리에 세웠다고 한다.
3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선교장은 한옥의 멋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랑채로 쓰이는 열화당에는 용비어천가, 고려사 등 수천 권의 책, 글, 그림 등이 소장돼 있다. 열화당은 3단의 장대석 위에 세워진 누각 형식의 건물로 짙은 운치를 자랑한다. 선교장 정원에 판 인공 연못 위에 세운 정자 활래정도 인상적이다. 연잎 가득한 연못 위에 떠 있는 듯한 분위기가 자못 몽환적이다. 조선 팔도를 유람하던 많은 시인 묵객은 이곳을 다녀가면서 다양한 글씨를 남겼다. 가장 유명한 것은 추사 김정희의 홍엽산거(紅葉山居)라는 현판이다. ‘단풍이 있는 산에 살리라’는 뜻이다.
선교장은 둘러보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머물며 숙박할 수도 있다. 한옥이 불편할 것이라는 편견은 지워도 좋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겉모습과 달리 내부에는 부엌, 샤워실, 화장실 등 현대적인 시설을 갖춰 머무는 내내 편안히 쉴 수 있기 때문. 이 밖에도 다도, 한과 만들기, 떡 만들기, 서예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033)646-3270
꼿꼿한 선비정신이 녹아있는 곳
중요민속문화재 제190호로 지정된 충남 논산의 명재고택(myeongjae.com)은 조선 숙종 때 학자인 윤증 선생의 가옥이다. 윤증은 예론(禮論)에 정통한 학자로 이름이 높았다. 임금이 수차례 벼슬을 내렸으나 사양하고 학문에만 매진했다. 그의 나이 81세 때에는 정1품 우의정으로 제수됐지만 끝내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았다. 조선 역사에서 임금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선비가 정승 자리에 제수된 이는 윤증이 유일하다.
부귀영화를 멀리하고 선비의 길을 택한 그의 성품을 반영하듯 명재고택은 다른 사대부의 가옥에 비해 소박한 편이다. 하지만 규모에 상관없이 느껴지는 기품이 인상적인 곳이다. 구조적인 면과 배치 형태 등에선 과학적인 설계가 이뤄졌음을 발견할 수 있다. 곳간채의 통풍, 안채의 일조량까지 계산한 과학적인 건물 배치는 예사롭지 않다.
당시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여성 배려도 곳곳에 숨겨져 있다. 안채에 거주하는 여자들의 독립된 공간을 마련하고 부엌 창으로 마을 전경을 내다볼 수 있게 만든 것은 당시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않았던 여인들에 대한 배려다.
또한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내외벽, 효율적인 공간 창출을 위한 큰사랑방의 안고지기문(미닫이 겸 여닫이문) 등 집안 곳곳에 선조들의 지혜가 녹아 있다.
사진 촬영을 원한다면 고택 오른편으로 가보자. 수백 개의 장독이 늘어서 있는 장면은 감탄스럽다. 10명 이상의 인원이 모이면 천연염색, 전통매듭, 규방공예, 전통다례, 음악공연 등 전통문화체험도 할 수 있다.
숙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여유롭게 머물 수 있다. (041)735-1215
산사에 머물며 스스로를 돌아본다
더위 탓에 복잡한 머리가 더 뜨거워진다. 시원한 자연 속에 파묻혀 마음을 가다듬고 싶다면 템플스테이가 제격이다. 사찰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충북 보은군에 있는 천년 고찰 법주사(法住寺)는 명승 제61호로 지정된 속리산 일원의 절경과 함께 템플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다 잘~될 거야’ 프로그램은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 스스로를 위로하며 행복하게 살아가자는 취지로 열린다. 일정이 빡빡하지 않은 휴식형이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산사 체험을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 템플스테이 체험자를 위한 최신 시설이 마련돼 있어 불편함이 없다. 경내에 있는 국보 55호 팔상전을 비롯해 쌍사자석등, 사천왕석 등도 놓치지 말자. (043)544-5656
사찰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차가 없다면 가기 어려운 곳이 많다. 경기 가평군에 있는 백련사(白蓮寺)는 수도권 거주자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갈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도시와 가깝지만 주변을 둘러싼 자연환경은 대단하다. 백련사 앞으로 멀리 대금산이 병풍처럼 펼쳐지며 좌측에는 운악산, 우측에는 명지산, 뒤로는 축령산과 서리산이 자리한다. 특히 백련사 뒤쪽으로 약 30분을 올라가면 가평 팔경의 하나인 축령백림이 나온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름드리 잣나무가 사방 4㎞에 빽빽하다. 힘든 코스가 아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는 것도 장점.
백련사는 주말마다 ‘나를 위한 행복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소금만다라를 통한 촛불명상, 예불, 스님과의 대화, 잣숲길 산책 등이 이어진다. 최신식 템플스테이 시설은 최고 수준이다. 방마다 샤워실과 화장실이 딸려 있고, 냉난방 시설을 잘 갖춰 놓았다. 창문을 열면 주변 산세가 그림같이 펼쳐진다. (031)585-3853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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