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중국 언론들의 철없는 사드 보복론

입력 2016-08-15 17:47  

한·중 국제분업에 대한 무지의 발상
사드보복은 중국위기 촉발시킬 것
'시장경제국' 부정 땐 중국에 큰타격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



인민일보와 환구시보가 “사드 배치를 저지하기 위해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하자”는 주장을 내놓을 때마다 쓴웃음을 짓게 된다. 사고의 협량을 넘어 무지의 벽을 느끼게 된다. 중국 언론은 당국의 보도기관에 불과하므로 언론의 무지는 곧 당국의 무지일 것이다. ‘경제 보복론’은 국제무역에 대한 선술집 수준의 담화다. 중국이 T본드를 팔아 치우면 미국을 괴멸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과 유사하다.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은 중국의 손실일 뿐이며 중국의 경제위기를 가시화하는 일종의 격발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굳이 가르쳐 줘야 하나.

시장거래를 시혜나 약탈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은 국제무역이 어떻게 번영과 평화를 보장하는지 알지 못한다. 국내에도 그런 바보들이 많다. 친중 좌파들도 그런 부류다. 지난 7월까지 한국과 중국은 모두 1171억달러를 사고팔았다. 수출이 685억달러, 수입이 486억달러로 한국의 200억달러 흑자다. 거래는 언제나 사는 쪽이 큰소리를 친다. 중국이 이 무역흑자를 한국에 대한 사드 지렛대로 활용해보겠다는 주장은 그럴싸하다. 그러나 T본드 얘기처럼 바보의 셈법이다.

놀랍게도 중국 최대의 수입국은 한국이다. 중국은 작년에 1700억달러어치의 각종 원·부자재 및 소재와 중간재를 한국에서 수입했다. 일본 미국보다 많다. 중국은 한국을 위해 이렇게 거대한 물량을 사주는 것일까. 턱도 없다. 한국만큼 좋은 품질과 가격을 제공하는 나라가 없다. 그래서 무역보복은 먼저 중국 소비자들의 효용을 침해하게 된다.

중국은 소비자 효용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독재국가라고? 아니, ‘소비자 효용’은 시작일 뿐이다. 한국의 부품과 원·부자재를 가공해 다른 나라에 되파는 것이 중국의 무역구조다. 한국 수출품 중 가공무역 거래는 50%가 넘는다. 중국 내 유통과정을 거쳐 재가공되는 물량을 합치면 대중 수출의 거의 75%가 재수출된다.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이야말로 작년 2조3000억달러에 달한 중국 수출을 가능케 하는 가장 큰 단일의 원천이다. 무역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좋게 표현해 ‘무역의 동조화’라고 부른다. 한·중 간 무역 동조화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 한국이 타격을 입으면 중국은 가공 과정에서의 부가가치까지 더해 승수적으로 타격을 입는다. 소위 무역보복론은 그래서 무지한 자해적 공갈에 불과하다.

더구나 사드에는 미국의 이해도 걸려 있다. 중국은 지난 1분기 동안 미국에 2125억달러를 팔았다. 미국에서 수입한 것은 512억달러에 불과하다. 미국은 같은 기간 캐나다에 1338억달러, 멕시코에는 1130억달러를 팔았다. 중국 처지에선 미국이 최대 수출 시장이지만 미국으로 볼 때 중국은 고만고만한 하위권 수출국이다. 거대한 중국 측 흑자다. 따라서 무역보복의 지렛대 크기로 따지면 중국의 힘은 미국의 5분의 1이다. 물론 중국이 한국에 보복하면 미국이 다섯 배나 큰 몽둥이로 중국을 때려 줄 것이라는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으로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두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사드 경제보복은 중국이 시장경제국(MES: Market Economy Status)이 아니라는 사실을 천하에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15년이 되는 올해 말까지 MES 지위를 얻기 위해 막바지 노력을 다하는 중이다. MES 지위 획득에 실패하면 중국은 내국 시장 가격이 아니라 제3국 가격에 의해 덤핌 판정을 받게 되고 이는 수출에 치명상을 입힌다. 한국은 이미 2005년에 중국을 MES로 승인한 바 있지만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세계의 그럴싸한 나라들 중 중국을 MES로 평가하는 나라는 한 곳도 없는 최악의 상황이 되고 만다.

중국으로서는 2000년대 초반의 소위 희토류 무기화가 대체 시장 개발과 중국 지배력의 약화만 초래하고 말았다는 사실도 기억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이런 사례는 사실 끝이 없다. 중국이 사춘기의 치기에서 벗어나기를 골목길 이웃으로서 간절히 바랄 뿐이다.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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