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연습라운드서 남자골프 금메달 딴 로즈가 홀인원한 6번홀에 '쏙'
"큰 쥐·악어 무서워 해저드 꼭 피해야죠"…창조적 경기로 승부
[ 이관우 기자 ]
“네 명 중 누가 분위기 메이커예요?”(기자)
세 명의 후배들은 일제히 오른쪽을 가리켰다. ‘골프 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표정 변화가 없어 ‘돌부처’ ‘침묵의 암살자’ 같은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은 그다. ‘상황에 따라 툭툭 던지는 말들이 참을 수 없는 폭소를 일으킨다’고 김세영(23·미래에셋)은 설명한다. 박인비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나 아니야. 세영이지. 웃는 소리만 들어도 웃기잖아. 내가 무슨, 호호호!”
2016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골프에는 단체전이 없다. 개인전 금, 은, 동 딱 세 개만 걸려 있다. 16일(한국시간) 여자대표팀 전원의 첫 연습 라운드만 놓고 보면 단체전 금메달까지 휩쓸 기세다. 화기애애함 속에서 자신감이 뚝뚝 묻어났다. ‘K골프 드림팀’의 분위기 메이커라던 박인비는 이날 진짜로 분위기를 확 띄웠다.
◆박인비 홀인원 금빛 징조될까
박인비와 김세영, 전인지(22·하이트진로), 양희영(27·PNS창호) 등 한국 여자골프 올림픽 대표팀은 이날 첫 단체 연습 라운드를 했다. ‘상서로운 징조’는 177야드짜리 파3홀인 6번 홀에서 나왔다. 6번 아이언으로 박인비가 친 공이 홀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6번 홀은 남자 종목 금메달을 딴 저스틴 로즈(영국)가 정식 대회 1라운드에서 홀인원을 한 곳이다.
박인비는 “처음엔 몰랐는데 나중에 그린에 올라가 보니 공이 홀컵 안에 있었다”며 “좋은 징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손가락 부상은 상당히 회복된 듯했다. 박인비는 “가끔 아프긴 하지만 경기를 치르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퍼팅감도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박인비가 메달을 딸 경우 커리어그랜드슬램에 올림픽까지 휩쓰는 이른바 ‘골든커리어그랜드슬램’을 골프 사상 처음으로 기록하게 된다.
◆코스 어려워…상상력과 창의가 필요해
이날 일몰 전까지 연습 라운드를 한 여자대표팀은 코스가 생각보다 까다롭고 바람도 강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인비는 “전후반 시작 홀이 까다로워 이 홀을 잘 공략해 모멘텀을 만드는 게 관건”이라며 “바람과 모래러프, 포대그린이 많아 ‘범프 앤드 런(bump&run)’ 같은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는 창의적인 플레이가 필요할 것 같다”고 코스 전략을 밝혔다.
김세영은 “파5 2개 홀은 완벽하게 2온이 가능할 것 같다”며 “결국 바람이 변수가 될 것 같다”고 말해 장타를 이용한 코스 공략 의사를 내비쳤다. 벙커를 피해야 한다는 게 김세영의 코스 분석. 그는 “벙커에 공이 들어가면 ‘에그프라이’ 형태로 박히기 때문에 힘이 약한 여자선수로서는 “꺼내기 힘들다”며 “꼭 피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모래러프의 갤러리 발자국을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도 곁들였다. 모래러프는 안병훈(25·CJ)과 왕정훈(21)이 타수를 가장 많이 잃은 함정이기도 했다. 안병훈은 모래발자국에 들어간 공을 빼내다 한 홀에서 두 번이나 뒤땅을 치기도 했다.
전인지는 “거대한 쥐와 악어들이 있기 때문에라도 해저드를 피하는 정교한 공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그린에 대해 양희영은 “그렇게 빠르지는 않고 생각보다 공이 잘 서더라”며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이날 연습 라운드를 마친 뒤 골프장 근처 현지 식당에서 브라질식 스테이크로 저녁 식사를 하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한국 여자골프 ‘드림팀’은 17일 1라운드를 시작한다.
리우데자네이루=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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