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민 기자 ] 지난달 2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투자심사위원회. 교수 등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서울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의 타당성을 심사하기 위해 분기에 한 번꼴로 여는 회의다. 위원들은 이날 서울시가 추진하는 ‘세종대로 일대 역사문화특화공간(세종대로 박물관) 조성 계획’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덕수궁 옆에 있는 서울지방국세청 남대문별관 건물을 철거한 뒤 300억여원을 들여 지하에 3층 규모의 역사문화박물관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상은 광장으로 조성한다.
서울시는 내년 9월 열리는 제1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행사를 이곳에서 열 계획이다. 문제는 그 이후 박물관에 들어갈 ‘콘텐츠’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박물관 조성사업을 발표하면서 이곳이 세종대로 일대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거점이 될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세종대로 인근에 밀집한 다른 박물관 및 미술관과의 차별화 계획도 내놓지 못했다.
투자심사위원회에 참석한 위원들도 이런 문제점을 잇따라 지적했다. 한 민간위원은 “박물관에 들어갈 콘텐츠가 전혀 없기 때문에 사업성을 따질 수조차 없다”고 난감해했다. 또 다른 민간위원은 “많은 예산을 들여 으리으리한 시설을 갖춰 놓고도 사람들이 찾지 않아 텅 빈 박물관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지적했다.
이럼에도 서울시 관련 부서들은 “콘텐츠는 나중에 채워 넣어도 늦지 않다”며 느긋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물관 완공을 1년여 앞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콘텐츠를 확보할 기본 용역조차 발주하지 않았다. 공공재생과, 서북권사업과, 도시공간개선반 등은 “다른 부서가 해야 할 일”이라며 골치 아픈 숙제를 떠넘기기에 바쁘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조성되는 세종대로 박물관은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박물관만 짓는다고 사람들이 몰리는 랜드마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역사문화박물관은 외관보다는 내용(콘텐츠)이 중요하다. 지금이라도 전문가와 시민들이 함께 모여 박물관을 어떻게 활용할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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